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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보스턴의 수호신' 우에하라 고지(보스턴 레드삭스)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제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개인적인 영광을 누릴 준비도 마쳤다.
우에하라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201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 구원 등판, 아웃카운트 4개를 연달아 잡고 월드시리즈 2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단순히 월드시리즈 2번째 세이브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포스트시즌 7번째 세이브로 존 웨틀랜드(1996 뉴욕 양키스), 트로이 퍼시벌(2002 LA 에인절스), 브래드 릿지(2008 필라델피아 필리스), 롭 넨(2002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 함께 단일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자로 우뚝 선 것이다. 우에하라가 세이브 하나만 더 보태면 이 부문 신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보스턴은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두고 있다. 우에하라가 자신의 손으로 팀 우승과 함께 신기록 수립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우에하라 본인에게는 이만한 영광이 없다.
전날(28일)에도 새 역사를 쓴 우에하라다. 월드시리즈 4차전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구원에 성공, 동양인 최초로 포스트시즌에서 세이브를 따낸 투수가 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했던 'BK' 김병현(넥센 히어로즈)도 월드시리즈 세이브 기록은 없다.
이미 이룰 건 다 이뤘다. 우에하라는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 22경기에서도 12승 무패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06년 3월 18일 제1회 WBC 준결승 한국전서 보여준 7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최근 우에하라의 투구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면 큰 변화는 없다. 기껏해야 최고 구속 90마일에 불과한 직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스플리터로 타자를 현혹시킨다. 그런데 그 스플리터의 위력이 엄청나다. 중간지점까지는 직구와 비슷한 궤적을 보이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절묘하게 떨어진다. 타자들이 직구가 아닌 스플리터임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는다. 헛스윙이다.
직구와 스플리터의 위력만으로 보스턴의 수호신이 된 우에하라다. 물론 빅리그 데뷔 초기에는 지금처럼 위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전역에 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팀 동료들도 우에하라의 투구에 대해 "마치 비디오게임을 보는 듯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사실 우에하라가 빅리그 데뷔 첫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건 아니었다. 일본프로야구 10시즌 통산 276경기에서 112승 62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그는 빅리그 첫해 볼티모어에서 12경기에 선발 등판, 2승 4패 평균자책점 4.05의 그저 그런 성적을 올렸고, 이후에는 선발이 아닌 계투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2010년 43경기 1승 2패 13세이브 2.86, 2011년 65경기 2승 3패 2.35를 기록한 우에하라는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37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1.75로 안정감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한 시즌 최다인 73경기 등판, 4승 1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1.09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정규시즌의 위력을 포스트시즌에서도 맘껏 뽐내고 있다. 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경기에서는 실점 없이 1승 3세이브를 따내 ALCS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여세를 몰아 월드시리즈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우에하라의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은 12경기 1승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0.71. 7차례 세이브 기회에서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특히 12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15개를 잡아냈는데, 사사구가 단 하나도 없다. 피안타율(0.163)과 WHIP(0.55)도 수준급이다. 기록만 봐도 얼마나 안정감 넘치는 마무리투수인지 알 수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동료였던 마쓰이 히데키(전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4차전서 우에하라의 투구를 지켜본 뒤 "역시 훌륭하다. 지금 보는 것이 우에하라의 원래 실력이다"고 극찬했다. 1975년생으로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되는 우에하라의 승승장구. 다른 투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는 영광을 누릴 준비를 마쳤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만약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우에하라의 신기록이 완성된다면 이는 박수받기에 충분한 장면이 아닐까.
[우에하라가 포스트시즌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과 함께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것인가. 사진 = Gettyimages/멀티비츠]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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