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아, 일본이 준비를 많이 했다던데…”
30일 인천 문학구장. 2013 한일프로야구 레전드 슈퍼게임이 열렸다. 지난해엔 올스타전에 앞서서 잠실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11월 말로 옮겨 치러졌다. 현역에서 물러난 레전드들의 그라운드 일시 복귀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레전드들은 설렘 반, 흥분 반. 엄살 혹은 비장함도 엿보였다. 양국 올스타는 시종일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 전 한국 덕아웃을 취재했다. 한국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기자를 보자마자 “밥부터 묵고 해라”며 친근함을 드러냈고, 박재홍은 “해설위원으로 자리에 앉아있다 오랜만에 야구를 하려니 허리가 아프다”라고 엄살을 피웠다. 선동열 감독은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하겠나 싶어요”라고 웃었다.
박경완은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본 레전드는 미리 손발을 맞췄다고 하더라. 우린 어제 기자회견에서 처음 만났다”라고 했다. 이날 선발투수 송진우는 “다들 선수를 가르치는 입장이라 연습이 제대로 됐겠나”라며 진지한 표정을 지은 뒤 “안 다치는 게 목표”라고 농을 던졌다. 이렇듯 경기 전 표정이 제각각이었던 한국 레전드들. 역시 전설은 전설이었다. 경기에 들어가자 표정이 달라졌다.
한국은 경기 초반 송진우, 정민철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대거 6실점했다. 일본 레전드들은 젊은 선수로 구성된 상황. 경기 전 선동열 감독에게 “선수가 적으니 교체됐다가 다시 투입해도 되느냐”라고 양해를 구해 전력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 감독도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실제 일본 레전드들은 경기 초반 연이어 호수비를 선보이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선보였다. 그에 반해 한국은 최익성이 주루 플레이 미스를 범하는 등 다소 엉성한 플레이의 연속.
6회를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이대진이 6회부터 8회까지 3이닝동안 일본 레전드들을 꽁꽁 묶었다. 현역 시절에 버금가는 구위와 제구력이었다. 그러자 일본 레전드들도 실책을 범하는 등 빈 틈이 드러났다. 한국은 그 사이 반격을 가했다. 4회 1점, 6회 2점, 8회 1점을 추격하면서 5점 열세를 1점으로 바짝 좁혔다.
한국 레전드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선수들은 희생타, 희생플라이로 선행주자를 진루시켰고, 진득한 선구안을 뽐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현역 시절 몸에 맞는 볼의 대명사였던 최태원 코치가 8회 몸에 맞는 볼로 찬스를 만들자 한국 레전드 덕아웃엔 웃음과 함께 긍정적인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레전드 덕아웃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집중력이 살아있었다. 9회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 3명의 타자들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끝내 승리를 지켜냈다. 인천 문학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한일 레전드들의 명승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승리한 일본 레전드들도, 패배한 한국 레전드들도 모두 웃는 얼굴로 헤어졌다. 선동열 감독과 사사키 감독 역시 일일이 상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노고를 치하했다.
은퇴한 레전드들은 야구 팬들에겐 말 그대로 로망이다. 야구 팬들은 스토브리그 중에는 야구를 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선게임을 펼쳤다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었다. 친선전임에도 최선을 다해서 뛰어준 레전드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문학구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설렘 혹은 흥분으로 가득했던 문학구장.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한일야구 모두의 승자였다.
[한국과 일본 레전드들. 사진 = 문학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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