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리 맞는 예방주사다.
LG가 8일 KT와의 홈 게임서 패배하면서 올 시즌 첫 3연패에 빠졌다. 4라운드에 돌입한 상황. LG는 올 시즌 2연패도 딱 한 차례만 당했다. 김시래, 유병훈, 양우섭 등이 이끄는 준수한 가드진과 김종규, 크리스 메시, 데이본 제퍼슨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골밑, 해결사 문태종, 기승호 등으로 이어지는 화력 센 포워드진.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을 전력이다. 주전과 백업 모두 탄탄하다.
수준급 가드와 포워드가 즐비한 LG에 리딩가드 김시래와 슈퍼루키 김종규, 해결사 문태종의 가세는 화룡점정이었다. LG 농구가 우승 전력으로 탈바꿈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빈틈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LG 농구에 잘 나갈 땐 보이지 않았던 그늘이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이다. 그 결과가 시즌 첫 3연패다.
▲ 주춤한 빅3, 충분히 그럴 수 있다
LG의 빅3는 단연 문태종, 김시래, 김종규다. 이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기본적인 역할만 수행하면 LG는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특히 문태종-김종규의 2대2 공격 위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주춤하다. 리바운드 가담과 수비에서 완전하지 않았다. 득점을 비롯한 전체적인 플레이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KT전서 김종규의 리바운드는 단 3개였다. 문태종 역시 4쿼터에 무득점이었다. 김시래는 전자랜드전서 비교적 잠잠했다.
빅3가 매 경기 잘해줄 순 없다. 김시래의 경우 손가락 부상도 있었다. 김종규는 아직 신인이다. 장기레이스에서 매 경기 집중할 수 있는 요령이 부족하다. 문태종은 노장이다. 경기 막판 클러치 능력 자체는 여전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폭발력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 중요한 건 LG엔 이들을 대체할 카드가 있다는 점이다. 김종규의 부족한 테크닉과 리바운드는 크리스 메시가 채워줄 수 있고, 김시래의 컨디션 난조는 게임 운영과 슈팅능력을 갖춘 유병훈이 메울 수 있다. 문태종의 클러치 능력은 데이본 제퍼슨도 해낼 수 있다. 제퍼슨은 이날 3쿼터에만 24점을 퍼부었다.
하지만, 빅3가 잘해줄 때에 비해 안정감은 살짝 떨어진다. LG 선수들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김시래, 김종규, 문태종에게 의존하면서 소극적인 마인드가 스며들었다. 이들이 살짝 주춤할 때, 다른 선수들이 메워주는 과정에서 좀 더 원활한 공수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 이날 아이라 클라크가 3쿼터 중반에 파울 트러블에 걸리지 않았다면 제퍼슨이 맹활약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 살짝 흔들린 수비조직력
올 시즌 LG의 경기당 평균실점은 72.0점이다. 그런데 LG는 최근 2경기 연속 80점대 실점을 했다. 지난해 11월 1일 KGC와의 홈 게임 이후 약 2달만에 80점대 실점이 이어지면서 3연패에 빠졌다. 수비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단적인 예로 이날 KT전 막판 조성민에게 결승 3점포를 얻어맞은 이유는 스위치 디펜스 과정에서 상대 스크린에 막혀 조성민을 놓쳤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막히기 전에 조성민이 볼을 잡지 못하게 하거나 스크린 직전에 스위치를 옳게 완료했어야 했다.
LG는 변형 지역방어 같은 전술을 자주 사용할 필요는 없는 팀이다. 기본적으로 김종규가 있기 때문에 매치업에서 딱히 밀리는 팀이 없다. 기본적인 대인방어와 스위치 디펜스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이는 집중력이 관건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집중력도 떨어질 때가 있고, 체력적으로 난조를 보일 때도 있다. 집중력과 전투력은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를 적극적으로 가지면 되고, 체력 문제가 보이면 선수를 적절히 교체하면 된다. LG의 백업 멤버는 10개구단 최고수준이다.
▲ 미리 맞는 예방주사
LG의 가장 큰 고민은 포스트시즌 경험 부족이다. 문태종 정도를 빼면 SK와 모비스에 비해 큰 게임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많다. 현재 LG의 주축은 젊은 선수들인데, 확실히 위기관리능력을 검증 받진 못했다. 한 농구인은 “경기가 잘 풀릴 땐 그 팀의 진짜 저력을 알 수 없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 LG가 포스트시즌서 더 궁금해지는 이유”라고 한 적이 있다. 게임 도중 나타나는 위기와 큰 사안을 전체적으로 운영하다 발생하는 위기는 당연히 다르다.
LG는 여전히 3위다. 3연패를 당했으나 선두 SK에 겨우 2경기 떨어졌다. 선두공략이 언제든 가능하다.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조급할 필요가 없다. 어느 팀이든 연패는 당하는 법이다. 이 농구인은 “강팀이 주춤할 땐 뒤를 돌아보면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상황이라면 이런 경험이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일종의 예방주사다.
결국 김진 감독의 대응책이 궁금해진다. 프로농구판에서 잔뼈 굵은 김 감독으로선 지금쯤 머리 속에 생각이 너무나도 복잡할 것이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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