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통산 95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3.57. 비록 성적도, 구위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선발은 물론이고 중간, 마무리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2002년 데뷔 이후 5점대 이상 평균자책점 역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2013시즌, SK 마운드에서 그를 보기란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 많은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연일 난타 당했다. 결국 12경기에 나서 승리없이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7.97만을 기록했다.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채병용이 주인공이다. 성적에서 보듯 지난해 채병용은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그의 절치부심하며 예전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채병용, 너클볼 완성 단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
채병용은 올시즌을 앞두고 구종 하나를 추가했다. 너클볼이 그것이다. 너클볼은 다른 구종들과 달리 손가락으로 공을 찍어서 던진다. 제대로 던진 너클볼은 회전이 거의 없다. 포수가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람을 타고 흐르듯 가는' 공은 심한 변화 속 어디로, 어떻게 갈 지 모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너클볼 전문 투수의 경우 이를 받아주는 전담포수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너클볼은 어느 구종보다도 '자신의 공'으로 만들기 힘든 구종이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국내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너클볼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김경태(SK 코치), 장정석(넥센 매니저) 등이 시도했지만 완벽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 옥스프링(롯데)이 때때로 너클볼을 선보여 프로야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 역시 '너클볼의 대부' 필 니크로에게 배운 너클볼을 바탕으로 미 프로야구 독립리그에 투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채병용은 어떻게 너클볼을 던지게 됐을까. 채병용은 "지난해 중반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야구도 잘 안되고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며 "2군에 있을 때 김상진 코치님께서 '너클볼을 한 번 던져 보는게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스스로에게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금씩 연습하기 시작했다"며 "물론 처음에는 잘 안됐다. 그러다가 시즌 종료 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있을 때 가이 컨티 인스트럭터께서 메이저리그 현직 투수코치를 초대했다. 이 때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는데 짧은 시간에 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너클볼 장착 상황은 경기에서 던질 수 있는 수준이다. 채병용의 너클볼을 받아 본 포수는 제구가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형성된다며 구질 자체도 좋다고 언급했다.
채병용 본인 역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정도"라며 "점수로 따지자면 70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1경기에 최소 1개 정도는 던질 수 있는 정도 같다"고 덧붙였다.
▲ "작년 내 자신에게 실망… 올해는 자신있다"
채병용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내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고 표현했다. 그럴만했다. 제구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그의 묵직한 돌직구는 연일 난타 당했다. 1군에 있는 시간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결국 연봉 역시 1억 6000만원에서 2500만원 삭감된 1억 3500만원에 2014시즌 연봉 재계약했다.
그는 부활을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채병용은 시즌 종료에 앞서 열린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흔히 교육리그는 신예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곳. 1982년생인 채병용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이어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
끝이 아니었다. 채병용은 마무리 훈련을 마친 뒤 열흘 정도 휴식만 취한 채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한 달여간 자비로 일본 돗토리 재활훈련을 실시했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 훈련, 재활 훈련까지 쉴 새 없이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훈련량은 물론이고 이렇게 긴 시간 (시즌을) 준비한 적은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이제 그는 15일 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미국 플로리다로 떠난다.
늘어난 훈련량에 비례해 자신감도 되찾았다. 채병용은 "현재는 작년에 잃어버린 자신감도 많이 찾았다. 자신있다"며 "당장 경기를 뛰어도 될 정도의 몸 상태다"라고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정말 많이 준비했다. 내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을 기다리는 적은 처음이다"라고 덧붙였다.
너클볼은 그의 단순한 새로운 구종만이 아니다. 2014시즌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채병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너클볼 연마와 동시에 쉴 새 없이 바쁜 겨울을 보낸 채병용이 예전 '소리없이 강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선보일 수 있을까. 현실이 된다면 SK 마운드에도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 채병용.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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