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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국민 여동생 박보영이 화끈해졌다. 작은 체구와 앙증맞은 얼굴로 삼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박보영이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는 욕설과 폭력으로 무장한 여자 일진 영숙으로 분했다.
영숙은 1982년 충청도를 접수한 의리의 여자 일진으로 욕설은 기본, 패싸움에 소주를 들이키는 여장부다. 작은 체구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포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보호하는 영숙은 박보영이 원했던 그런 캐릭터였다.
영화 '과속 스캔들'의 황정남과 '늑대소년' 속 순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갑작스러운 변신에 당황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박보영의 도전은 당찼다.
"매번 하고 싶은 것들이 달라져요. '피끓는 청춘' 속 영숙은 여타의 여자 캐릭터와는 달랐어요. 언제나 보호를 받는 여자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는 여자에요. 멋있었고 정말 해 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내가 연기하는 영숙을 어떻게 볼지 걱정도 들었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피끓는 청춘'을 통해 박보영은 밖으로 표출하는 법을 배웠다.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밖으로 표현을 못해 홀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영숙을 연기하면서 이런 것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영숙은 욕을 하고 패싸움을 하는 여자에요. 연기 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재밌었어요. 겉으로 표출하는 성격이 못돼 무슨 일이 생기면 속으로 삯이기 일쑤였죠. 혼자 방에서 울면서 풀었는데, 영숙은 감정을 밖으로 표현해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표현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영숙은 처음해보는 독한 캐릭터였다. 박보영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영숙처럼 독한 캐릭터를 만난다는 것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재밌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정말 힘들었어요. 욕하는 게 좀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죠. 연습만이 방법이었어요. 혼자 있는 공간에서 욕을 하고 녹음을 해서 들어보기도 했어요.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운전이었어요. 운전을 하면서 욕을 먹고, 저도 욕을 많이 했어요. 제 안에 숨어있던 영숙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러워졌어요."
욕설과 패싸움, 음주, 흡연까지. 처음해 보는 사람들에겐 하나만 해도 힘들었지만, 박보영은 한 작품에서 모든 것을 소화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들었던 연기는 흡연 연기였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법조차 몰랐던 박보영은 이 역시 연습으로 손에 익혔다.
"흡연연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원래 없었던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촬영을 하게 됐어요.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어서 혼란스럽더라고요. 하하. 담배에 불을 붙이는 법도 모르는데, 튕겨서 끄라고 하더라고요. 교복을 입고 촬영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에게 혼나기도 했어요."
노력의 결과였을까. '피끓는 청춘' 속 박보영은 자연스럽게 욕을 했다. 나지막하게 내뱉는 욕설은 박보영의 학창시절을 의심하게 만들 만했다.
"저의 학창시절을 의심했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하하. 하지만 별다를 게 없는 보통의 학생이었어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학생. 시골에서 자라서 친구들이랑 산에 놀러 다니고 그랬어요. 아, 학교 담은 한번 넘어 본적 있어요.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담을 넘은 적은 있었어요."
'피끓는 청춘'에서 변신을 꾀한 이는 박보영만이 아니다. 배우 이종석은 충청도를 주름잡은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로 분했다. 모든 여고생을 유혹하고 다녔지만 단 한명, 영숙만은 제외였다. 중길을 짝사랑하는 영숙으로는 안타깝기만 했다. 일방적으로 겁을 주는 영숙과 그런 영숙을 피해 다니는 중길은 묘한 캐미가 형성됐다.
"이종석 씨와는 처음부터 친해지지 못했어요. 그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영숙 혼자 중길에게 사랑의 감정을 주잖아요. 그런 어색함이 몰입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짝사랑 경험이요? 글쎄요. 하하."
영숙은 중길과의 어린 시절 추억으로 오랜 시간 짝사랑을 한다. 이유는 필요 없었다. 이상형이라고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랑이 시작된 후 이유는 생기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박보영의 이상형은 무엇일까. 배우 '원빈님'이 이상형이라는 박보영에게서 구체적인 이상형을 들을 수 있었다.
"'원빈님'은 팬으로서 좋아하는 거예요.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잘 생겨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대화가 안 되면 싫을 것 같아요. 연인사이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너무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이 맞지 않으면 만난다고 해도 오래 지속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중들은 박보영을 발랄하고 밝은 아이로 기억한다. 이는 깜찍한 박보영의 외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박보영이 출연했던 작품을 보면 한 많고 사연만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사람들은 제가 밝은 캐릭터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에요. 미혼모(과속 스캔들), 병약한 소녀(늑대소년) 등 사연 많은 캐릭터들을 많이 했어요. 다음 작품은 아무런 사연 없는, 한없이 밝은 아이를 해보고 싶어요. 그저 살다가 오는 시련이 있는 그런 캐릭터요."
올해 만으로 24살인 박보영은 '흥행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제 20대 중반이고, 앞으로의 갈 길이 더 많은 시점에서 '배우 박보영'에게 주어진 숙제는 무엇일까.
"제 스스로에게 연기로 당당하졌으면 좋겠어요. 그동안의 흥행이 저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작품에 잘 묻어간 부분이 많죠. 아직도 누군가가 절 칭찬하면 그냥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기사나 반응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죠. 소위 말해 거품이 빠졌을 때의 상태를 느껴봐서 다시 올까봐 두렵고 무서워요. 제 역랑보다 잘 됐던 작품들이 많아요. 연기로 당당해질래요."
[배우 박보영.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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