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 해 2억명 이상이 영화를 보고 15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된다. 하지만 이들 중 멜로 장르를 찾아보기 힘들어진지 오래다.
멜로 영화가 개봉되지 혹은 제작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영화보다 돈벌이가 덜 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어느 순간부터 정통 멜로 영화 보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그 자리를 꿰찼고 사랑 이야기 보다는 남자 냄새 물씬 나는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이런 때 멜로다운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가 출사표를 내던졌다. 생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에 눈 뜬 건달과 이런 남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며 멜로가 사라진 극장가에서 먹먹함이 뭔지 그리고 애절함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비록 멜로가 300만 관객만 들어도 대박으로 치부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세에 편승하지 않은 채 용기인지 패기인지 모를 선택을 했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는 개봉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관객들에 또 하나의 '보기'를 제시했다. 어떻게 보자면, 그동안 충무로는 흥행 불안감 때문에 관객들에게 멜로 영화를 볼 권리를 박탈해 왔다. 큰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멜로 영화 만들기를 기피했고, 그 결과 관객들은 멜로 영화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더 나아가 멜로를 보고 싶은지 보고 싶지 않은지 판단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이런 시점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가 자신 있게 관객 앞에 섰다. 흥행에 성공하게 될 경우 제2의, 제3의 '남자가 사랑할 때'를 탄생시킬 수 있다. 잘 만든 멜로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지 않음을, 관객들도 멜로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준다면 앞으로 또 다른 멜로 영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멜로 영화로 이미 연기력과 흥행력을 입증 받았던 황정민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연기해냈고 다수의 흥행작을 배출해 낸 팀이 뭉쳐 가슴 절절한 영화를 완성해 낸 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움켜쥘 수 있지 않을까.
멜로 영화는 최근 개봉하는 타 장르의 영화들처럼 시각적으로 빵 터뜨리는 한 방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 역시 극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자극 대신 관객들의 심장을 울리는 한 방을 지닌 멜로 영화가 '이 죽일 놈의 사랑'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를, '남자가 사랑할 때'가 멜로 부흥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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