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69.6실점.
지난 28일까지 프로농구 팀 실점을 살펴보자. 최소실점 1위는 69.2실점의 모비스다. 2위는 69.6실점의 오리온스다. 모비스와 오리온스를 제외한 8팀은 모두 경기당 70점 넘게 실점하고 있다. 모비스는 최소실점을 무기 삼아 정규시즌 2위에 랭크된 상황. 그런데 최소실점 2위 오리온스는 29일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 직전까지 6위였다.
보통 수비력이 강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54게임 장기레이스서 공격력은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비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의지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마인드에 따라 팀 수비력 자체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6위를 달리는 오리온스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만난 추일승 감독은 “그동안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 문제였다”라고 했다.
실제 그랬다. 오리온스는 이날 전까지 69.2득점으로 전체 9위였다. 결국 최소실점 2위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점수를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 농구는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이기는 스포츠. 오리온스가 중위권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시즌 초반 최진수, 김동욱 등의 부상, 전태풍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 등 오리온스 외곽라인이 조화롭게 운영되지 못했다. 이런 점이 공격력의 약화를 불렀다. 리온 윌리엄스 역시 비시즌 훈련량이 적어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추 감독은 “그동안 공격력이 약해서 수비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사실 개개인의 수비력은 어떨지 몰라도 팀 디펜스는 나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제공권이 약하고 턴오버가 많아서 수비가 좋아도 표시가 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현재 오리온스에는 김동욱, 김도수 정도가 지능적으로 수비를 하는 편이다. 두 사람은 미리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조직적인 수비를 이끌 줄 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 수비에 특화된 선수가 적었다. 공격을 좋아하는 선수가 많았다. 공격을 좋아하면서도 리바운드 참가가 적고 턴오버는 많았다. 수비를 효과적으로 해도 공격에서 실속이 떨어졌다. 다만, 팬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공격의 화려함으로 인해 오리온스를 “공격의 팀”이라고 단정짓는 경우도 있었다.
시즌 중반. 추 감독은 KT와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핵심은 앤서니 리처드슨이었다. 리처드슨과 장재석, 김도수가 오리온스에 유기적으로 가세했다. 오리온스는 이날 전까지 1월에만 6승3패를 기록했는데, 공수 밸런스가 조화를 이뤘다고 봐야 한다. KT보다 이적생들의 팀 적응 속도가 확실히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오리온스의 수비력이 빛난다. 기록이 말해준다. 오리온스의 수비력은 좋다. 추 감독은 개개인의 살짝 부족한 수비력을 시스템으로 커버했다. 시즌 중반 이후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오리온스지만, 알고 보니 탄탄한 수비력이 밑받침됐다. 리처드슨과 장재석의 가세로 제공권이 좋아졌고 턴오버도 줄어들면서 공격력이 안정궤도에 올랐다. 그리고 강점이던 수비력이 더욱 안정되면서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
추 감독은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가면서 팀 디펜스가 잡혀갔다”라고 했다. 스위치 디펜스, 지역방어, 맨투맨 등 기본적인 팀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게 추 감독의 설명이다. 오리온스는 29일 전자랜드전서도 승리해 시즌 최다 4연승을 내달렸다. 이날 역시 오리온스는 69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의 수비력이었다. 화려한 공격력의 팀인 듯한 오리온스이지만, 알고 보면 수비력이 더 강하다. 오리온스의 숨은 힘이다.
[추일승 감독. 사진 = 고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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