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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레이스 자체가 감동이었다. 올림픽 최다 출전에 빛나는 이규혁 얘기다.
이규혁(서울시청)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0초65로 출전 선수 40명 중 18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37세 이규혁의 도전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 출전으로 한국 선수 최다인 올림픽 6회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동계는 물론 하계올림픽까지 통틀어 역대 최다 올림픽 출전 기록이다. 특히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며 '철인'의 면모를 보였다. 1978년생, 어느새 한국 나이 37세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 그의 도전 의지를 막을 자는 없었다.
이규혁은 밴쿠버대회가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보였다. 당시 1000m에서 9위를 기록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그의 올림픽 메달 도전은 그대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올림픽 재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1차 레이스부터 선전했다. 4조에서 로만 크레치(카자흐스탄)와 레이스를 펼친 이규혁은 불안한 스타트를 딛고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최선을 다해 빙판을 달렸다. 크레치(35초04)에 0.12초 뒤진 35초16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타트의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 듯했지만 곧 그는 손을 들고 환호에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베테랑다웠다.
1차 레이스를 마친 그의 기록은 40명 중 12위. 1차 레이스 1위 얀 스미켄스(네덜란드, 34초59)와 0.57초의 격차를 보였다. 문제는 금메달리스트 미첼 뮬더 등 상위권 선수들의 기록이 워낙 좋았다. 사실상 메달권 진입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규혁은 최선을 다해 2차 레이스에 임했다. 15조에서 길모어 주니오(캐나다)와 레이스를 펼쳤다. 1차 레이스와 반대로 인코스를 배정받은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총성과 함께 출발한 그는 9초79로 100m 구간을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그는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주니오에 밀렸고, 결국 35초48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메달 획득은 무산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를 악물고 달리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제 이규혁은 12일 열리는 1000m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물론 이규혁이 6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따낸다면 그만한 감동 스토리가 없겠지만, 메달 색과 순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규혁은 이날 500m에서 보여준 경기력만으로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1000m에서는 어떤 '감동 질주'를 보여줄 지 벌써 기대된다.
[이규혁이 레이스를 마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첫 번째 사진), 이규혁이 빙판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사진 = 소치(러시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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