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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강렬하다. 미스터리 하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고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단 몇 장면임에도 불구 그의 분위기 자체가 관객들을 압도하고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하 '셜록홈즈2') 속 에드거 이야기다.
'셜록홈즈2'는 세기의 잭 더 리퍼를 쫓는 천재탐정 셜록홈즈의 숨막히는 추격을 팽팽한 긴장감과 매혹적인 스토리로 그려낸 작품. 이주광이 미스터리한 남자 에드거 역을 맡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전의 열쇠를 진 인물인 만큼 그의 미묘한 표정과 쉽게 알 수 없는 사연이 관객들을 압도했다.
특히 이주광이 무대 위에서 내뿜는 에너지는 에드거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주광의 에드거는 '셜록홈즈2' 속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주광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같은 에너지는 곧 인기로 이어져 '셜록홈즈2' 관객들 사이에서 이주광의 에드거가 수차례 오르내리게 만들었다.
▲ "나름의 길로 가며 좀 더 좋은 사람 되고싶다"
이주광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금씩은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SNS를 통해서나 공연 후 팬들을 통해서나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게돼 그렇다고만 알고 있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배우 이주광이 아닌 에드거의 인기라는 것이 그의 겸손한 결론이다.
사실 이주광은 '셜록홈즈2' 오디션을 보던 당시 셜록 또는 살인마 잭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인연을 맺게 됐다. 하지만 노우성 연출은 이주광에게 에드거 역을 제안했고 그렇게 이주광의 에드거의 만남이 이뤄졌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는 에드거가 굉장히 조금 나오더라. 처음이었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은 대사가 많고 무대 위를 계속 지켜야 하는 게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무대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더 많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해도 되는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근데 연출님이 자신을 믿어보라고 했고 제작팀에서도 '이 역할을 했을 때 에드거란 인물이 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긴가민가 했다. 총 20분은 나오나? '내가 어떻게 한들 잘 될 수 있으리요' 싶었는데 제작팀에서는 확고한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 접해보는 분량, 그 안에서 빛이 나야 하는 인물이었기에 이주광은 초반 고민을 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고민은 아니었다. 이주광 본인도 느낌은 좋았다. 느낌에 의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느낌을 믿고 따랐다. 도전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나니 인물을 최대한 살려 존재감을 부여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찼다.
이주광은 "모르겠다. 이상하게 여러 작품 중에 그냥 땡기는 것들이 있다. 취향이고 뭐고 다 떠나서 갑자기 이걸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걸 하려고 도전을 한다. 안될 때도 있지만 계속 그렇게 해왓던 것 같고 공통적으로 객관적인 길은 아니지만 나름의 길로 가려고 하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로서 성장하는 부분이나 작품마다 저한테 주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그 작품에 따라 인물에 따라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고 좀 더 멋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그렇게 또 영향이 온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도 점점 좋은 사람이 돼가는 것 같다. 그런 감이 오는 것 같다. 이때 이걸 했으니 다음엔 이런 작품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감이 틀렸다 하지 않고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이 다행히 결과물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대한 내가 만든 에드거의 진짜를 보여주려 한다
그렇게 이주광은 에드거에 도전했다. 하지만 분량 만큼이나 에드거의 인물 설명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 이주광 역시 에드거를 보며 물음표가 생겼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에드거가 이 극에서 얼마나 존재감 있는지 1초만 봐도 알 수 있는, 극의 사건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인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쏟아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짧게 나오지만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존재감을 일부러 좀 더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 존재감이라는건 그 사람이 정말 진짜같이 괴로워 하고 진짜 이상의 어떤 임팩트를 주었을 때 관객에게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그 전 이야기 없이 뚝 나오는거지만 과거를 추측하게 되고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한 공간을 비워 놓는다. 그렇게 하길 바랐고 그 의도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끝까지 살인마 잭과 동급의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주광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처음 센 맛을 먹었을 때 다른 맛도 먹어보고 싶은데 이 맛이 계속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기억이 나고 강렬했기 때문에 계속 떠올리게 된다. '아까 그건 너무 셌어' 이러지만 '아까 그건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어'라는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래야 이 공연이 끝까지 갔을 때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속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장면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려 하는 만큼 이주광의 에너지 소모는 상상 이상이다. 에너지에도 기승전결이 있지만 '셜록홈즈2'에서 짧은 시간 안에 에드거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선 매 장면 강렬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아닌, 단번에 터져야 하는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마리아에게 지켜줄테니 함께 떠나자고 하는데 그 장면에서 마리아는 '오빠 또 울어?'라는 대사를 한다. 그 3음절 대사 하나 때문에 나는 울어야 한다. 등장하기 전부터 늘 심장이 터질듯이, 감정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등장하지 않으면 가짜같이 되는거다. 진심이 약간이라도 빠지면 거짓 같아지니까. 또 과장된 가짜 같은 느낌이 들면 관객들은 불쾌하다. 모두가 좀 더 진짜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진짜를 보여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그게 나만의 진짜일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내가 만든 에드거라는 인물로서의 진짜를 보려고 한다."
▲ "작품과 역할에 자부심, 믿고 봐주시길"
진짜를 보여주기 위해 이주광은 진짜 에드거가 되려 했다. 다이어트도 혹독하게 해고 감정 유지를 위해 조금은 거칠고 우울해졌다. 예전부터 이주광은 작품 속 캐릭터 표현을 위해서라면 살을 찌우고 빼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올슉업' 때는 살을최대한으로 찌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먹었고 '헤드윅' 때는 17kg까지 감량하기도 했다. '브루클린' 때는 노숙하는 길거리 싱어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와 수염을 길렀다.
이번 작품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드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캐릭터에 이미지가 좀 더 가까워졌을 때 더 수월하고, 매 작품 다른 이미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노력도 가능했다. 노력한 만큼 관객들이 무대 위 캐릭터와 무대 밖 이주광을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희열을 느낀다. 그만큼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속이고 싶다.
이주광은 "성격도 작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내 삶까지 변한다. 애드거 같은 경우는 남성성을 많이 부여하고 싶었다. 죄책감, 양심을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서 표현하고 싶었다. 짐승은 죄책감을 잘 잊는데 그런 짐승에게 죄책감과 양심이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게 일상 생활에서도 약간 영향을 미쳐서 한동안 말수도 줄고 거칠고,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 밝은 작품할 때는 뛰어다니고 까불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커튼콜 때도 마찬가지다.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내 얼굴에 작품 속 분장을 하고 있는 그 순간, 관객에게 노출돼 있는 그 순간, 무대 위에 있는 순간까지는 그 배역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진짜 모습을 몰랐으면 좋겠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약간 건방질 수도 있지만 그냥 가볍게 목만 내리고 인사한다. 그게 에드거답지 않나. 짐승이니까.(웃음)"
이어 이주광은 "에드거는 마리아 외의 사람은 없는 인물로 설정했다.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마리아다. 애시당초 그런 설정을 갖고 갔기 때문에 마리아 이외에는 예의 차리고 싶지 않은 인물로 표현했다. 커튼콜때도 끝까지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100%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늘 100%를 느낀 적은 없다. 늘 아쉬운 부분이 있고 그 아쉬운 부분은 어찌 보면 나만 아는 부분일 수도 있다. 어떤 작품을 해도 끝내놓고 나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늘 지나온 발자취를 보고 지금의 나, 그 때의 나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완벽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2014년 3월에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스타를 바라지 않고 내 길이 맞다는 생각에 급하지 않게 안정감 있게 연기하려 한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계속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로 만날거라 확신하고, 내 나름대로는 좋은 작품들만 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한편 이주광이 출연하는 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압구정 BBC아트센터 BBC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주광. 사진 = 설앤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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