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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데뷔하자마자 '화제의 인물'이 됐다. LG 고졸 신인투수 임지섭(19)의 이야기다. 임지섭은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 프로야구 역사상 4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투수로 기록됐다.
임지섭에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공교롭게도 류현진(27·LA 다저스)이었다. 류현진은 한화 입단 첫 해인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로 등판, 프로 데뷔전을 가졌고 승리투수가 됐다.
150km의 강속구를 갖춘 '차세대 괴물' 임지섭을 두고 벌써부터 '제 2의 류현진'이란 기분 좋은 수식어가 붙는다.
임지섭은 '제 2의 류현진'이란 수식어에 "기분은 좋은데 과분하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데뷔전 당시 7⅓이닝을 던졌다. 임지섭은 더 많은 이닝을 던질 마음은 없었을까. 그는 "그런 마음은 있었지만 다음에도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 막 1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데뷔전의 내용도 류현진이 훨씬 우위인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제 2의 류현진'이란 수식어도 아직은 이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씩씩하고 당찬 모습은 '차세대 괴물'로서는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기에 향후 그가 등판하는 경기엔 상대팀이 전력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임지섭은 "상대의 분석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 공을 계속 잘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데뷔전에서 많은 도루를 허용한 것에 대한 우려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 임지섭은 "팀에서 주자를 신경 쓰지 말고 던지라고 해서 도루를 많이 허용한 것 같다. 내가 신경을 쓰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능구렁이'의 조짐이 보인다. 임지섭은 두산 타자들을 상대하며 75개의 공 가운데 직구만 63개를 던졌다. 언뜻 보면 힘으로만 승부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시 임지섭의 직구는 변화무쌍했다. 최저 135km에서 최고 149km까지 던졌다. 스피드 조절을 가미한 것이다.
임지섭은 이에 대해 "위기 때는 전력으로 던졌고 아닐 때는 조절하면서 던졌다. 변화구를 많이 던질 수 없어서 직구라도 스피드 조절을 했다"라고 밝혔다. 5이닝 동안 대부분의 공을 직구로만 던졌음에도 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양념처럼 뿌린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주효했다.
처음부터 직구를 고집할 생각은 아니었다. 임지섭은 경기 직후 "상대가 직구를 따라 다니지 않아 직구의 비중을 높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임지섭은 LG의 주축 투수라 칭하기 어렵다. LG는 당초 계획대로 임지섭을 하루 만에 2군으로 보냈다. 오는 주말 3연전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는데다 새 외국인 투수 에버렛 티포드도 이제 막 한국 땅을 밟았기에 임지섭은 머지 않아 1군 무대에서 다시 선발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임지섭은 2군 경기에 등판해 투구 감각을 유지할 계획이다.
스피드 조절을 가미할 줄 아는 좌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그 어느 팀이든 갖기 힘든 선수임은 분명하다. 임지섭의 '내일'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프로 데뷔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는 임지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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