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불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넥센과 두산은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 가장 강한 화력을 지닌 팀이다. 두 팀은 어느 마운드를 상대하더라도 5~6점은 거뜬히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마운드는 자신이 없다. 선발진 후미와 불펜이 약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두 팀의 올 시즌 성적은 불펜이 키를 쥐고 있다. 불펜진 강화 없인 살아남기 어렵다.
넥센과 두산은 올 시즌 필승조를 재구축했다. 넥센은 기존 한현희~손승락 앞에 2년차 조상우를 붙였다. 조상우는 염경엽 감독의 기대주다. 대전고를 졸업한 2년차 우완,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운 전형적인 구원 타입이다. 그는 지난해 단 5경기에만 나섰으나 시즌 대부분을 1군에서 보냈다. 1군에 따라다니면서 투구 폼도 바꾸고 1군 투수들의 장점도 익혔다. 염 감독은 올해 조상우를 실전에서 쓰고 싶었기 때문에 단기 교육을 택했다.
두산은 아예 확고한 필승조 개념 자체가 없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타력의 힘에 불펜 투수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결과였다. 두산은 홍상삼, 정재훈, 이용찬으로 필승조를 꾸렸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딛고 돌아왔으나 끝내 포스트시즌서 뛰지 못한 이용찬을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로 못박았다. 그러나 송일수 감독은 홍상삼이 시즌 초반 2경기서 부진하면서 윤명준으로 멤버를 교체했다. 좌완 이현승도 추가로 필승조에 집어넣었다.
3일 주중 3연전 마지막 맞대결. 두산 이재우와 넥센 문성현은 두 팀의 5선발이었다. 당연히 타자를 압도하는 카드가 아니었다. 예상대로 조기에 물러났다. 이재우가 5이닝을 겨우 채웠을 뿐이다. 결국 불펜 싸움. 표면적으로는 많은 득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두 팀 불펜은 여전히 불안한 면이 있었다. 그나마 넥센이 두산보단 좀 더 안정적이었다.
넥센은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한 문성현이 4회에 흔들려 3실점했다. 염 감독은 문성현이 5회에도 흔들리자 조상우를 긴급투입했다. 조상우는 5회 위기에서 김현수와 호르헤 칸투를 범타와 삼진으로 처리하며 제 몫을 했다. 그러나 6회 급격히 양의지에게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었다. 염 감독이 최근 좋아졌다고 평가한 사이드암 마정길은 7회를 깔끔하게 막았다. 이후 8~9회는 공식과도 같았다. 한현희와 손승락이 깔끔하게 두산 타선을 막았다.
두산 불펜은 상대적으로 넥센보다 더 불안했다. 선발 이재우가 물러난 뒤 6회부터 윤명준이 올라왔다. 그러나 윤명준은 ⅔이닝만에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물러났다.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박병호, 김민성, 유한준 등 한 방이 있는 넥센 타선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이현승이 대타 비니 로티노를 가까스로 잡아냈다. 그러나 두산 불펜은 이미 2점 리드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두산은 7회 사이드암 오현택이 올라왔다. 오현택으로 버틴 이후 정재훈과 이용찬 투입 시기를 지켜보겠다는 전략, 그러나 송일수 감독의 전략은 어긋났다. 오현택은 2사 이후 강정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고 김민성을 고의4구로 내보냈으며, 윤석민에게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염 감독의 계투작전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흔들리던 문성현을 빼고 조상우를 투입한 것부터 결과적으로는 성공으로 귀결됐다. 넥센은 7회 윤석민의 역전 결승타로 6-4 재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윤명준과 오현택 등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또한, 이날 8회 1점 뒤진 상황에서 홍상삼이 등판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홍상삼은 이날도 실책이 포함된 실점을 하면서 또 다시 흔들렸다. 송 감독으로선 머리가 아픈 부분이다. 어쨌든 이 부분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기를 치르면서 해결해야 한다.
넥센은 조상우가 실점을 했으나 확실히 구위로 윽박지르는 맛은 있었다. 경험을 더 쌓을 필요는 있다. 물론 마정길, 한현희, 손승락은 합격점. 손승락은 블론세이브 충격에서 벗어났다. 두 팀 불펜의 이날 기록은 7⅔이닝 4자책. 좀 더 안정감을 다질 필요가 있다. 이날만큼은 넥센의 판정승이었다.
[윤명준(위), 손승락(아래). 사진 = 목동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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