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역대급 해결사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애런 헤인즈보다 한 수 위”라고 했다. 이어 “내가 데리고 있었던 브라이언 던스톤보다 낫다. 자유계약 시절에 뛰었던 외국인선수들보다도 낫다”라고 했다.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 감독도 두 손 두 발 들었다. “앞선에서 강하게 막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워낙 기술이 뛰어나고 골 결정력이 좋다”라고 했다.
LG 데이본 제퍼슨.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의 위력이 단기전서 극대화되고 있다. 제퍼슨은 5일 울산에서 열린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 3차전서 22점을 쏟아부으며 LG의 시리즈 스코어 2-1 역전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종료 12.6초전 왼쪽 45도 지점에서 겹수비를 뚫고 페이드어웨이슛을 집어 넣은 건 압권이었다. 유 감독이 말한 그 결정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제퍼슨은 챔피언결정전 3경기서 평균 25.3점 7.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4경기 연속 20득점 이상 맹활약이다. 이 정도면 KBL 역대급 해결사로 기록될 만하다.
▲ 제퍼슨의 지배력
제퍼슨의 기술은 러시아리그 득점왕답게 KBL서도 역대급이다. 일단 수비자를 붙인 상황에서 볼을 처리하는 기술이 매우 탁월하다. 특히 유로 스텝(지그재그 스텝)으로 수비자를 속이거나 제치는 기술이 좋다. 이 과정에서 수비자들의 파울을 잇따라 얻어낸다. 그러면서 절묘하게 슛 동작을 취해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내거나 최소한 슛 동작 자유투를 얻는다. 제퍼슨 수비자가 요령이 떨어질 경우 한 쿼터에 5반칙으로 퇴장을 당할 수 있다. 때문에 수비자로선 경기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선에선 제퍼슨을 풀어줄 수밖에 없다.
수비자가 2명 이상 붙거나 트랩 디펜스를 시도해도 제퍼슨은 잘 빠져나온다. 일단 더블팀에는 적절한 드리블로 공간을 만든 다음 슛 혹은 패스로 처리한다. 트랩 디펜스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볼을 처리한다. 일단 골밑에 공을 갖고 들어가면 자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여유롭게 공을 처리하기 때문에 트레블링 등 턴오버를 범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모비스가 제퍼슨에게 극단적인 변칙수비를 쓸 수가 없다. 또 다른 해결사 문태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제퍼슨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문태종에게 찬스가 나게 돼 있다. 제퍼슨의 숨은 지배력이다. LG가 2~3차전서 리바운드 열세에도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건 결국 제퍼슨의 결정력 덕분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LG가 아니라 제퍼슨이 모비스를 꺾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퍼슨의 탁월한 공격 테크닉이 수비 전술이 촘촘한 모비스를 무참히 짓밟았다.
▲ 제퍼슨, 역대 KBL 해결사들과 비교해보면
LG 김진 감독은 “제퍼슨이 뛰어난 건 맞지만, 예전 피트 마이클보단 한 수 아래”라고 했다. 김 감독은 오리온스 감독 시절 피트 마이클을 데리고 있었다. 마이클은 자유계약선수로 외국인선수를 뽑았던 2006-2007시즌 평균 35.1점으로 KBL을 초토화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자유계약은 말 그대로 구단들이 드래프트 혹은 트라이아웃 없이 개별적으로 외국인선수와 접촉해 계약하는 것이다. 당연히 기준선이 정해진 드래프트에 비하면 수준 높은 선수가 많았다. 마이클은 그 최고봉이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도 농구인들은 마이클을 역대 최고의 KBL 외국인선수 중 1명으로 꼽는다.
LG 강양택 코치는 일전에 “제퍼슨 스타일이 찰스 민랜드와 흡사하다”라고 했다. 민랜드는 과거 KCC 전성기를 이끌었고, LG에서도 뛰었다. 민랜드는 탁월한 해결 능력으로 KCC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수비수를 붙인 다음 시도하는 전매특허 페이드어웨이 슛은 다시 봐도 예술. 수비수를 붙인 뒤 볼을 처리하는 기술이 뛰어난 제퍼슨과 민랜드는 확실히 비슷한 면이 있다. 강 코치는 “제퍼슨도 민랜드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제퍼슨은 역대 KBL 최고 해결사 계보에 이름을 올려도 손색 없다. 특히 이번 포스트시즌서 보여주고 있는 제퍼슨의 결정력은 단연 눈에 띈다. 큰 경기 해결능력만 놓고 보면 과거 TG의 우승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잭슨과 흡사하다. 잭슨은 2002-2003시즌 정규리그 3위의 TG(현 동부)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2~3번 유형으로서 전형적인 외곽 플레이를 하는 잭슨은 3~4번 유형으로서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제퍼슨과는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 하지만, 큰 경기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제퍼슨의 챔피언결정 3차전 결승 중거리슛은 KBL 역대급 클러치샷으로 기억될 것이다.
[제퍼슨(위), 피트 마이클(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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