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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진천 김진성 기자] “정신적인 지주는 주성이 형이죠.”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 주장으로 선정된 양동근은 “(김)주성이 형이 정신적인 지주”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19일 진촌선수촌에서 치른 첫 훈련 이후 양동근을 주장으로 선임하면서도 “정신적인 주장은 김주성”이라며 선수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유 감독은 “워낙 성실해서 더 말할 게 없는 친구들”이라며 양동근과 김주성을 극찬했다.
김주성은 대표팀 최고참이다. 그러나 유 감독은 넘버2 양동근에게 주장을 맡겼다. 유 감독은 “주성이가 주장을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해가 된다. 김주성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현 월드컵), 방콕 아시안게임 때부터 올해까지 17년째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다.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것을 빼고는 사실상 개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란 얘기가 나오는 건 대표팀에서 체득한 소중한 경험 때문이다.
▲ 마지막 태극마크
김주성은 “작년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올해 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뽑히지 않더라도 대표팀이 꼭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나 역시 12명 최종엔트리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김주성은 개인적인 욕심은 전혀 없다. 그럴 나이도 지났다. 김주성에게 남은 건 태극마크의 소중함과 애국심이다.
김주성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멤버가 나 하나”라고 했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대학생들을 대거 불러들이면서 세대교체가 됐다. 김주성과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 중 상당수가 이미 은퇴했다. 특히 최근 김승현이 은퇴하면서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중 유일한 현역선수가 됐다. 김주성은 “그렇게 됐다. 기분이 씁쓸하다”라면서도 “아시안게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김주성이 실제로 대표팀 최종엔트리 12명에 들어갈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대표팀 세대교체가 가장 거센 포지션이 4~5번 파워포워드와 센터. 실제 김종규 이종현 이승현 등은 한국 골밑을 10년 이상 책임져야 할 멤버들. 유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 이승준의 대표팀 선발도 생각하고 있다. 김주성의 기량 자체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젊은 빅맨들의 기량이 그만큼 좋다. 장래성도 뛰어나다. 김주성도 “후배들이 너무 잘해서 내가 말해줄 게 없다”라고 했다. 또한, 김주성의 전체적인 기량이 예전보다 미세하게 떨어진 건 확실하다. 36세 베테랑이니 당연하다. 김주성의 몸은 예전같지 않다. 예전의 김주성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 정신적 지주
하지만, 김주성이 대표팀 최종엔트리 12인에 탈락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량이 내림세인 건 스피드와 탄력 등 운동능력의 저하일 뿐, 실질적인 테크닉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 파워포워드라는 수식어답게 김주성이 갖고 있는 테크닉은 한국농구의 커다란 자산이다. 국가대표운영협의회가 김주성을 계속 선발하는 건 이유가 있다. 김주성은 다른 빅맨들이 갖고 있지 않은 풍부한 경험이 있다. 국제대회서는 임기응변능력과 위기대처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주성은 이런 부분에서 대체 불가능한 좋은 카드다.
몇 년 전 김종규(LG)는 “주성이 형이 레이업 슛을 할 때 손의 모양부터 평상시에 걷는 자세까지 지적해주셨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는 매우 디테일한 부분. 현재 대표팀에서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지적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김주성밖에 없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기본적인 기량과 자세까지 지적하고 바꿔줄 시간은 없다. 김주성은 그 외의 것들을 어루만질 수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카드다. 정신적 지주라는 말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김주성은 “운이 좋았다. 부상에도 잘 대처했다. 대표팀 생활을 오래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짧게 있으면서도 성적을 내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주성은 농구인생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후배들이 1분이라도 더 뛰는 게 중요하지만, 나 역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상 다음 시즌까지 잘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한국 남자농구에도, 김주성에게도 특별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김주성.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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