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정도전'①] 알고 보는 재미가 가득했던 드라마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29일 대단원의 막을 대린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 연출 강병택 이재훈). 고려 말 혼란한 정국 속 오로지 백성들의 안위를 생각하며 혁명을 꿈꿨던 사상가 정도전을 둘러싼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고, 익히 드라마를 통해 자주 봐왔던 소재였다. 그럼에도 '정도전'은 그간 시청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이끌어내며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공민왕 말기, 노국공주의 영전공사와 공민왕(김명수)의 광기로 고려는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성균관 말단 관직에 머물고 있던 정도전(조재현)은 영전공사로 백성들이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상소를 올리지만, 이인임(박영규)이 이를 가로채면서 둘의 갈등은 시작됐다. 이후 이인임으로 인해 유배까지 가게 된 정도전은 그곳에서 혁명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하고, 권문세가들의 횡포와 왜구의 침입에도 백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를 원망하며 새나라를 세우고자 결심했다.

오랜 세월 절치부심한 끝에 새로운 야망을 갖고 나타난 정도전은 드디어 이성계(유동근)와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이성계는 정도전의 집요하고 논리적인 설득에도 혁명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끈질긴 정도전의 노력에 결국 혁명에 동참하기로 한 이성계는 그러나 일편단심 고려에 대한 충절을 굽히지 않는 정몽주(임호)의 반대에 부딪히며 또 한 번 갈등을 겪어야 했다. 위화도 회군에 성공하고 정적들을 하나 둘 제거한 이성계와 정도전은 끝내 고려의 모든 실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남성진)을 옹립했다가 다시 폐위시키며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과 이성계는 마지막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드라마 속 내용이지만 이는 실제 역사적인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실제 역사보다 드라마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압축적으로 표현돼 시청자들에게 더 강한 울림을 선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역사 속 인물들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어떻게 서로 대립하고 갈등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모두 알고 있던 역사였고, 드라마 역시 역사적인 내용을 기본으로 전개되고 있었기에 자칫 재미가 반감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역사를 드라마는 어떻게 그려낼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시청률 상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알고 보는 재미가 가득했던 드라마 '정도전'. 특히 드라마가 끝난 뒤 보여주는 실제 역사적 인물들의 유적지에 대한 짤막한 다큐는 '정도전'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재미와 함께 역사 공부까지 가능했던 '교육 드라마'로의 기능에 충실했던 KBS 1TV의 대하드라마가 '정도전'으로 새삼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 이에 벌써부터 '정도전'의 후속으로 방송될 다음 대하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 포스터. 사진 = K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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