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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소위 '연기돌' 일색이다. 어지간한 드라마에 한, 두 명쯤은 연기하는 아이돌이다. '생각보다' 잘한다는 '연기돌'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연기력에 혹평을 달고 다닌다. 더구나 덜컥 조연이든 주연이든 다 맡아버리며 신인 배우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이다. 아무리 연기 잘하는 '연기돌'이라도 피해가기 어려운 비판이다. 배우 되려면 연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게 농담이 아니다.
▲ '피아노'로 출발한 배우의 길
이 와중에 눈여겨볼만한 신인 배우가 있다.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의 남자주인공 차기준을 연기한 최태준이다. 1991년생으로 어딘지 모르게 낯익다면, 그가 과거에 아이돌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거나 혹은 모델 출신이라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서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양강칠의 아들로 나왔었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자면 2001년 열풍이었던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배우 조인성이 연기한 이경호의 어린 시절이 바로 최태준의 어린 시절이었다.
"또래들이 알아보는 게 싫어서"란 이유로 어릴 적 아역 배우 활동을 그만두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사실 연기하는 게 좋아서. 속마음에 연기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단 걸 깨달아서"란 이유로 고등학생 때 연기를 다시 시작한 배우 최태준은 실은 연기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다. 목소리가 경직되고 몸짓이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는데, '엄마의 정원'을 찍을 때 아버지로 나온 기라성 같은 배우 박근형의 불호령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태준을 눈여겨볼만하다고 하는 건 어쩐지 최태준은 꽤 괜찮은 배우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쉽죠"라고 '엄마의 정원' 얘기를 하는 최태준의 목소리가 적잖이 타들어 가는 듯했기 때문이랄까. '엄마의 정원'의 배우 고두심은 최태준에게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껴야 해"라고 했었다.
연기를 잘하진 않아도 연기가 "너무 잘하고 싶은" 배우였다. 잘생긴 배우들의 치기 어린 자존심은 없었고 선배들의 꾸지람도 "감사하죠"라고 했고, 연기 조언은 "더 감사하죠"라고 하던 배우였다. "어떤 작품이든 닥치는 대로 해보고 싶은 열정이 더 많아요"라면서 부릅뜬 눈은 믿을만했다.
'엄마의 정원' 속 자신의 연기를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서 그랬는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라고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솔직한 연예인을 만난단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쉬는 게 불안해요. 신인 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연기하는 아이돌 친구들도 많고. 그 친구들이 못하면 할 말이 없겠는데, 정말 잘하다 보니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연기돌'이 아닌 20대 젊은 배우들 중 오직 배우의 길만 걸어서 주연을 따내는 건 드문 일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영역에 자신이 속한 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다만 그게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스스로 마음 속으로 다짐해요. 물론 제가 그들보다야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말이에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 스승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기 위해
끝내 최태준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굳이 믿어보는 이유는 '배우겠다'는 각오를 느껴서다. '엄마의 정원'을 찍을 때, 촬영 전 잠깐의 짬이 나면 선배들 곁으로 가 짧은 조언이라도 한 마디 더 들으려고 했다거나, 매회 대본리딩을 거친 시간이 "몸으로는 힘들었지만 박근형 선생님은 물론이고 대단한 선생님들 앞에서 대사를 읽을 수 있던 것만으로도 제게 대단한 경험이었죠"라고 하는 걸 보면 꽤 신뢰가 갔다.
그리고 그의 스승 김명민. '완벽한 연기'만 보여주는 김명민이 최태준과 같은 소속사로 단순히 소속사 식구 이상의 참스승이었다.
최태준이 '존경하는 배우'이기도 한 김명민으로 '엄마의 정원' 촬영을 마친 뒤에는 "고생했다"며 최태준에게 밥 한끼 사주면서 드라마 속 특정 장면의 시선 처리까지 꼼꼼하게 지적해줬다고 한다. "주변에선 다들 좋은 얘기만 해주시는데, 선생님은 안 좋았던 부분이 있으면 잊지 않고 정확하게 말씀해주세요. 진심으로 고맙죠."
최태준이 보답할 길은 결국 연기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 김명민의 이름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워 한 최태준은 "매번 인터뷰 때마다 선생님 얘기를 하는 게 정말 죄송해요. '최태준, 김명민한테 배웠다는데 이것 밖에 못해?' 이러면 안 되잖아요. 제가 욕먹는 건 상관 없는데 행여나 선생님께 누를 끼칠까 죄송해요. 그래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연기를 쉬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연기를 못한 날이면 잠도 못 자고 방송도 보기 싫어진다는 그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타는 듯하던 그의 목소리가 계속되길 기대한다. '작품이 끝났으니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최태준이 답했다. "'엄마의 정원'을 다시 보면서 뭘 잘 못했는지 찾아 보려고요. 이번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은 다음 작품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 최태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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