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 유격수 지형도가 바뀔까.
500만2015달러의 포스팅 최고 입찰액을 기록한 넥센 강정호. 곧 피츠버그와 1개월간 입단계약 독점협상에 들어간다. 최악의 경우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광현과 샌디에이고 사례도 있다. 하지만,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달러 이상을 적어낸 구단이라면 강정호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치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의미. 때문에 강정호가 김광현처럼 계약이 불발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상당히 유력한 상황.
강정호는 최근 몇 년간 국내야구 최고 유격수였다. 올해까지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까지 총 4회 수상. 지난 11월 한국시리즈 부진이 많은 야구관계자와 팬들의 머리 속에 남았지만, 어지간한 외야수들을 능가하는 공격력은 물론이고 수비력 역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강정호가 국내를 떠난다면, 한국야구 유격수 경쟁구도는 원점에서 재편된다.
▲선두주자 삼성 김상수
선두주자는 역시 삼성 김상수. 2009년 입단해 풀타임 6시즌을 보냈다. 그동안 강정호에게 가려 2인자였다. 하지만, 많은 야구관계자는 김상수를 주목해왔다. 수비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김상수가 강정호보다 나은 부분도 있었다. 강정호는 강한 어깨가 장점이지만, 김상수는 유연하고 빠른 풋워크로 수비범위가 넓은 게 최대장점. 국내 최고 유격수 출신 류중일 감독은 내야수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롭다. 그런 류 감독 밑에서 김상수는 매년 조금씩 성장해왔다. 올 시즌 수비율은 0.973. 0.981의 강정호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물론 김상수는 간혹 송구능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사실. 하지만, 매년 조금씩 개선하고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 타격 역시 단 한 시즌도 3할을 때리지 못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통산타율 0.275지만, 최근 2시즌 연속 2할8푼 이상 때렸다. 올 시즌에는 득점권 타율도 0.312. 데뷔 최다 63타점에 53도루로 도루왕까지 거머쥐었다.
김상수는 완전체 유격수로 진화 중이다. 기본적으로 잔부상도 없는 스타일이고 매우 성실하다. 현 시점에서 내년 주전 유격수로 거의 굳어진 선수로는 오지환(LG) 손시헌(NC) 김재호(두산) 박기혁(kt) 정도. 공수주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볼 때 이들이 김상수보다는 조금씩 부족하거나 불안한 부분이 있다. 김상수가 내년에 큰 부진을 겪지 않는다면 강정호의 뒤를 이어 진정한 국내 최고 유격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후발주자들의 행보
위에 거론된 또 다른 후보들 역시 좋은 유격수들. 베테랑 손시헌은 과거 박진만이 최고 유격수였던 시절 최강 2인자. 2005년과 2009년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현 시점에서도 전체적인 역량이 강정호, 김상수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치로 계량되지 않는 안정감과 노련미에선 김상수보다 더 좋은 부분도 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평가. 다만 내년이면 만 35세로 서서히 전성기에서 내려갈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변수. 절정기에 접어든 김상수의 젊음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오지환은 김상수와 마찬가지로 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김상수와 입단동기생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김상수보다 성장 속도가 약간 늦다는 평가. 하지만, 여전히 터트릴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산 김재호 역시 마찬가지. 손시헌에게 밀려 한동안 백업 내야수로 뛰었지만,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122경기서 11실책에 불과했다. 서른줄에 접어들면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할 때가 됐다.
박기혁 행보도 주목된다. 2008년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그러나 군 복무 이후 문규현에게 주전을 내줬다. 그리고 침체했다. 그는 내년부터 kt에서 새출발한다. 정황상 내년 주전 유격수가 확실시된다. kt에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선수들 중 박기혁만한 커리어와 경험을 갖고 있는 후보는 없다. 과거 기량을 회복하는 게 최대과제다.
다른 팀들은 주전유격수 후보를 가늠하기 어렵다. 사실상 국내 최고 유격수 경쟁에선 한 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SK는 올 시즌 박진만의 부상 이후 김성현이 주전유격수를 봤다. 그러나 내년에도 주전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볼 순 없다. SK는 좋은 내야수 자원이 많다. 베테랑 박진만 이대수 등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다만 김성현은 올 시즌 타율 0.284 수비율 0.967로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롯데는 올 시즌 초반 문규현이 주전이었으나 부상 공백 이후 신본기와 주전을 양분했다. 내년 주전 경쟁이 치열할 전망. 넥센, 한화, KIA는 완전히 새 판짜기에 나선다. 한화는 올 시즌에도 사실상 주전 유격수가 없었다. KIA는 군입대한 김선빈 공백을 메워야 한다. 강정호 공백을 메워야 할 넥센도 원점에서 새출발한다. 이 팀들이 누구를 내년 주전유격수로 쓸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경험과 안정감이 중요한 포지션 특성상 당장 김상수, 손시헌, 김재호, 오지환, 박기혁 등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위에서부터 강정호 김상수 손시헌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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