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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는 적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역도 악역도 없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치 내 주변에 누군가 비슷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친근한 캐릭터들이 오히려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차씨집안의 가장이자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순봉씨(유동근). 서울 한복판에서 두부가게를 운영하며 자식 셋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장녀는 대기업의 비서로, 장남은 의사로, 막내아들은 착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키워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마지막까지 자식 사랑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주인공. 그가 가족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내뱉은 대사들은 두고두고 곱씹을만 하다.
순봉씨의 장녀 차강심(김현주)은 잘 나가는 대기업 비서로, 회사에서도 일찌감치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일찍이 첫 사랑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던 터라 다시는 연애도, 결혼도 생각이 없었지만 이내 문태주(김상경)와 엮이면서 다시금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는 아버지를 위해 결혼까지 결심하는 기특한 효녀였다.
장남인 차강재(윤박)는 실력을 인정받은 의사였지만, 부족한 아버지를 늘 부끄러워해 원망도 많이 했다.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독설로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지만, 뒤늦게 시한부 사실을 알고 참회하며 아버지 치료에 열을 올렸다. 강재가 아버지의 시한부를 처음 알고 무릎 꿇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막내아들 차달봉(박형식)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잠시 방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잡고 성실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 시절 고향에서 인연을 맺었던 상경소녀 강서울(남지현)을 만나면서 애특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고, 그녀를 위해 더욱 성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친구은 윤은호(서강준)가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그리기도 했지만, 은호의 양보로 달봉은 끝내 서울과 결혼까지 이를 수 있었다.
으레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그려지던 재벌 회장님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는 또 한 명의 멋진 아빠로 그려지기도 했다. 태주의 아버지 문대오(김용건) 회장은 그룹 회장이면서도 절대 가족들을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게 했고, 아들이 강심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집안이나 배경을 문제 삼지도 않았다. 그저 두 사람만 좋다면 다라며 태주와 강심의 사랑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극 초반 악역인줄만 알았던 허양금(견미리)은 독설도 서슴지 않았으며, 사위인 강재를 데릴사위로만 취급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깨닫기 시작했고, 사돈인 순봉씨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욱 조심했다. 물론, 허당 매력 가득한 양금은 마지막까지 사고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족들이 말 꺼내기를 망설이던 차순금(양희경)에게 순봉씨의 병을 발설하고 말았다.
이 밖에도 순금의 딸이자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준 대사를 내뱉었던 영설(김정난)과 그의 성실한 남편 서중백(김정민), 철 없는 며느리 권효진(손담비), 깊은 마음을 가진 강서울, 강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첫사랑이자 '불효소송'을 도와준 변호사 변우탁(송재희), 그리고 순봉씨가 마지막까지 마음으로 의지했던 미스고(김서라)까지 소위 '버릴 게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마지막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유동근 김현주 윤박 남지현 박형식 김상경. 사진 = KBS 2TV '가족끼리 왜 이래' 홈페이지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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