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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지창욱에게는 특별한 수식어가 없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놔도 이내 어색해지기 일쑤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로맨티스트부터 영웅적인 면모까지.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갈 수밖에 없었고, 아쉬움도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지창욱은 지난 9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극본 송지나 연출 이정섭 김진우 제작 ㈜김종학프로덕션)에서 심부름꾼 힐러이자 서정후로 열연을 펼쳤다. 액션에 로맨스 그리고 코믹까지 소위 '안 되는 게 없는' 신들린 연기력으로 팬층을 더욱 두텁게 만든 지창욱은 인터뷰에서 "모든 작품들이 그렇지만, 유독 이번 작품은 쉬운 장면이 없었다. 공도 많이 들였다. 정말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창욱은 '힐러'에서 타이틀롤인 '힐러' 역을 맡은만큼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랜 경력을 자랑하고 능력이 출중한 배우라 한들 한 작품을 온전히 이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터. 무엇보다 수많은 제작진의 수고와 노력, 그리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더해져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던 지창욱은 그래서 크게 느낀 부담감만큼이나 스태프들과 선후배 연기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힐러'는 정말 신나게 연기한 작품이예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도 많이 믿어주셨죠. 특히 유지태 선배님이 너무나도 중심을 잘 잡아주셨어요. 잘 받쳐주시기도 했고요. 박민영 누나도 마찬가지였어요. 현장에서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만족할만한 시청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힐러'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저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크고 값진 시간이었어요.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 같아요. 아마 진심으로 즐기면서 신나게 했던 작품이라 그런 것 같아요."
'힐러' 속 지창욱을 지켜보고 있자면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물론, 발바닥이 뜨겁도록 뛰어다니는 장면도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촬영 막바지에는 어느 순간 조금만 뛰어도 금방 숨을 헐떡였다. 촬영 내내 쌓인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그만큼 그는 '힐러'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드라마 촬영이라는 게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고 피곤해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지창욱은 최대한 집중력을 가지고 밀도 있게 그리고 싶었다.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지창욱의 꿈은 '벼락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 중 누구 하나 그 꿈을 꾸지 않은 이 누가 있으랴. 어느 순간 갑자기 인기가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버는 꿈. 아마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창욱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노력해도 안된다는 것이 있다는 걸 깨달을 즈음, 주말드라마와 일일드라마에 출연했다. 이후 줄줄이 드라마의 주연을 꿰차며 어느덧 그의 이름 앞에는 '톱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정말 어렸을 때는 '벼락스타가 되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게 결코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미니시리즈는 '힐러'가 처음이었어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꽤 긴 호흡의 드라마들만 출연했었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니 점점 제 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어요. 운명이었죠. 따지고 보면 저의 전작들은 모두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작품들이었어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죠."
그동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 때문에 자칫 '힐러'의 시청률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창욱은 "어릴 때는 작품의 성패에 목숨을 걸고 시청률도 걱정했었지만, 요즘은 잘 한다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성패를 떠나 하나의 작업을 통해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인데 그곳에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내년 초 쯤 군에 입대할 생각이예요.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정작 저는 그렇게 걱정은 안돼요. 다만 아쉬움은 조금 있죠. 조금만 더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요. 만약 군대를 더 미뤄 5년 후에 간다고 해도 아쉬움은 계속될 것 같아요. 아쉬움은 욕심일 뿐이죠. 그리고 요즘은 군에 다녀오신 분들이 더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여유로워질 것도 같고요. 솔직히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남들 생각처럼 크게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예요. 무난하게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힐러' 11회에서 지창욱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박민영과 어둠 속에서 애틋한 데이트를 즐겼다. 이 장면에서 지창욱은 깜짝 촛불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사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이벤트였지만 실제로 이런 이벤트를 받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감동을 받을만 했다. 박민영도 해당 장면과 관련해 "가슴이 떨리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창욱은 극중 서정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저는 그런 상남자같은 스타일은 아니예요. 다정하긴 한데, 정말 딱 하나 못하는 게 바로 그 이벤트 같은 거에요. 제가 얼마 전에 연애 얘기를 하다가 '도대체 왜 연인들은 만나면 날싸를 세는 거냐?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럴 정도로 잘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 또 약해요. 솔직히 저는 그런 이벤트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제 성향 자체가 남들 생일은 챙겨주기는 하지만, 정작 제 생일은 잘 안 챙기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에 뭔가 엄청난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예요."
'힐러' 촬영을 마친 지창욱은 현재 중국에서 수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한류스타로 떠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중국 진출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언어 문제도 있고, 정확한 시장 분석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그의 바람처럼 그는 '스타'가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적어도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처럼 좁은 비포장 도로에서는 벗어났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기까지는 멀지 않아 보였다.
[배우 지창욱.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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