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2015시즌 KBO리그는 ‘스피드업’과 ‘극심한 타고투저 완화’라는 과제를 안고 시작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경기 소요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실시한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 시간 축소의 핵심인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함께 완화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시즌 KBO리그의 경기당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 27분이었다. 역대 KBO리그 사상 최장시간이었다. 이에 경기가 너무 늘어져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KBO는 올 시즌 스피드업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는 리그의 경기력과 직결되고, 경기 소요 시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 이에 올 시즌에는 타고투저 현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빠른 야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빠른 야구’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신경을 쓸 정도로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계속해서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 이내로 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너무 길어진다면 텔레비전 시청률과 관중 동원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올 시즌 KBO는 경기 시간 10분 단축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들고 나왔다.
KBO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마련한 방안은 크게 여섯 가지다. 이들 방안은 모두 경기 시작 후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타자들의 타석 이탈 금지다.
규정에 따르면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발을 타석 안에 둬야하는데 원래 KBO가 발표한 방안은 타자가 이를 어길 시 스트라이크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치르며 문제가 발생하며 현장의 불만이 이어졌고, 결국 위반 시 벌금 20만원(퓨처스리그는 5만원)을 내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밖에 현행 공수교대시간 2분을 엄격히 적용해 2분이 지나도 첫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위반 시마다 제재금 2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이닝 중 투수 교체시간을 2분 45초에서 2분 30초로 단축했다.
홈팀 타자는 BGM 시작 후 10초 이내, 원정팀 타자는 장내 아나운서 소개 후 타석에 10초 안에 들어서야 한다. 또 타자들은 부상을 당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볼넷이나 사구 시 뛰어서 1루로 출루하고 보호대는 1루에 출루한 후 주루코치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외에도 감독이 어필할 때 수석코치 동행을 금지하고, 위반 시 해당 코치를 퇴장시킨다.
이 같은 방안들이 적용된 시범경기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올해 시범경기 경기당 평균 시간은 2시간 49분으로 지난해 3시간 1분 보다 12분 단축됐다. 정규리그에서도 이 같은 효과가 직결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시범경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또 현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 ‘스피드업’과 밀접한 연관 ‘타고투저 완화’
사실 경기시간 단축의 핵심은 지난해 극심했던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양 팀 타자들이 치고받으며 계속 점수를 뽑아내는 것도 야구의 재미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재미는 반감된다.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이 돼야 야구 본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화끈한 타격전도 좋지만 팽팽한 ‘명품 투수전’을 보고 싶은 팬들도 많다.
타고투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수한 투수 공급의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올해는 역사적인 10구단 체제가 시작되는 원년이지만 기존 선수 자원은 유지된 채 팀 수만 늘어 경기의 ‘질적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수도 팀당 144경기로 늘어나 시즌 중 소위 ‘버리는 경기’가 많아질 수도 있다는 현장의 의견도 있다.
이외에도 타고투저의 원인에는 공인구의 반발력, 타자들의 타격 기술 향상에 못 미치는 투수들의 기술, 좁은 스트라이크존 등 다양한 것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중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아직 실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KBO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좌우폭은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보다 높은 쪽은 공 하나에서 반개 정도 넓힌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범경기를 치른 투수들은 솔직히 변화를 읽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각종 대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투수들의 근본적인 기량 하락이 계속되는 한 타고투저 현상이 쉽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KBO리그 출범 이후 타고투저와 투고타저는 시기를 두고 계속 반복돼 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시범경기 소요 시간이 줄어든 것은 투수들이 잘 던졌기 때문”이라면서 올 시즌에는 타고투저가 완화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시범경기만을 갖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승리를 위해 승부처에서 다양한 작전이 시도되고 투수와 타자, 주자간의 눈치싸움도 진행되는 등 경기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36명이었다. 반면 투수 중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투수도 리그 전체에서 단 6명에 불과했다. 과연 이번 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될지, 아니면 절치부심한 투수들이 호투하며 타고투저가 지난해에 비해 완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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