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요한 건 내실이다.
삼성 선발진의 내구성이 10개구단 최상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원삼과 윤성환의 존재감 덕분이다. 장원삼과 윤성환은 최근 수년간 큰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해왔다. 지금은 한화로 떠났지만, 두 사람과 배영수까지 토종 선발 3인방이 수년간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 장기레이스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지난 5년간 대체로 삼성의 외국인투수 농사가 신통치 않았음에도 정규시즌서 꼬박 좋은 성적을 낸 건 토종 선발들의 굳건함 덕분이었다.
올 시즌에도 삼성 토종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배영수가 빠져나간 상황. 차우찬이 선발진에 가세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여전히 풀타임 선발 경험이 많지는 않다. 결국 무게중심은 장원삼과 윤성환에게 쏠린다. 그런 두 사람의 시즌 초반이 살짝 삐걱거린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간과할 문제 역시 아니다.
▲철저한 관리
장원삼은 31일 수원 KT전서 시즌 첫 선발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백정현을 선발로 예고했다. 알고 보니 장원삼이 등에 담 증세를 호소했다. 삼성 관계자는 “선수보호차원에서 백정현을 선발로 낸다”라고 했다. 장원삼은 지난해까지 통산 99승을 거뒀다. 과거 친정 현대가 홈으로 쓰던 수원에서 오랜만에 등판, 통산 100승을 노리는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장원삼은 이르면 주말 잠실 LG전서 선발 등판한다.
장원삼은 지난해에도 시즌 도중 허리 통증으로 약 1개월간 자리를 비웠다. 때문에 지난해 단 129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잔부상이 나타나는 모양새. 철저한 몸 관리가 필수다. 괌,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체계적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주변에선 장원삼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이번 등 부상도 심각한 건 아니다.
윤성환도 마찬가지. 괌 캠프를 완주하지 못하고 조금 일찍 귀국했다. 허리 통증 때문. 오키나와에선 다시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일정 막판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경미한 이상이 생겼다. 때문에 류 감독은 윤성환 대신 알프레도 피가로를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윤성환은 주중 KT전서 시즌 첫 선발 등판한다.
윤성환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에 들어섰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만 34세. 30대 중반이다. 삼성이 윤성환에게 80억원을 들여 4년 FA 계약한 건 30대 후반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 그 이면에는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몸에 무리가 많이 가지 않는 윤성환 특유의 스타일, 지난 10년간 삼성에서 보여줬던 성실한 이미지가 있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선 몸 관리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선발순번보다는 내실
알고 보면 두 사람 모두 큰 부상은 아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조그마한 이상에도 두 간판투수를 크게 배려했다. 비록 개막 1~2선발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더 중요한 건 144경기를 버틸 수 있는 내실이다. 윤성환과 장원삼으로선 개막전 등판, 선발 앞 순번 등판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것보다 시즌 내내 아프지 않고 활약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수년간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 내구성이 더 좋았고, 144경기 체제인 올 시즌부터는 그 중요성이 더더욱 커졌다.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 및 배치하는 류중일 감독의 배려도 돋보인다. 지난 4년간 삼성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 이날 선발 등판하는 백정현은 좋은 대체 자원이다. 수년간 알껍질을 1군에서 벗겨내지 못했지만, 류 감독은 과감하게 기회를 줬다. 근본적으로 윤성환과 장원삼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백정현에게 동기부여를 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성공할 경우 좋은 마운드 카드를 하나 더 거머쥘 수 있다.
류 감독은 구속이 나오지 않는 정인욱에게 이미 2군 담금질을 지시했다. 설령 장원삼과 윤성환이 시즌 중 다시 고비를 맞더라도, 정인욱과 백정현을 플랜B로 활용할 수 있다. 약간 늦어진 장원삼과 윤성환의 시즌 첫 등판. 본인들의 내구성, 팀의 내구성 모두 향상시킬 기회다. 오히려 많은 실리를 거머쥘 수 있다.
[장원삼(위), 윤성환(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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