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윤종신, 김동률, 이적, 이지형, 김형중, 조원선, 성시경, 신재평, 윤하, 크러쉬, 빈지노, 권진아, 악동뮤지션 이수현.
그리고 이 군단의 지휘자 유희열과 세션.
이름을 늘어 놓으니 면면이 화려하다. 한 팀을 보기도 어려운 이 가수들은 7년 만에 열린 원맨 프로젝트 밴드 토이의 콘서트 무대에 섰다.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유희열이었다. 토이의 지휘자인 유희열은 군단들을 차례로 소개했고, 그들의 음악 속 어딘가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유희열은 때로는 전면에서 가끔은 그저 묵묵하게 음악을 끌고 나갔다. 섬세하고 기민하게 감성을 터치하는 토이의 음악은 각자의 모양대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콘서트는 토이의 7집 '다 카포'(Da Capo) 수록곡 몇 곡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이 펼쳐졌다. 이적 '리셋'(Reset), 김동률 '나의 바다에 머무네', 이수현 '굿바이 선 굿바이 문'(goodbye sun goodbye moon), 권진아 '그녀가 말했다', 크러쉬&빈지노 '유앤드아이'(U&I), 성시경 '세 사람', 유희열 '취한 밤', '우리' 등이 세트 리스트에 올려졌다.
유희열은 앙코르까지 총 4곡의 노래를 홀로 소화했다. 훌륭하지 않은 가창력이었지만 나즈막히 읊조리는 그 목소리에선 진심이 뚝뚝 흘러 나왔다. 특히, 고 가수 신해철을 추모하며 만든 곡 '취한 밤'을 부를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였다.
이밖에도 토이의 원년 멤버인 가수 윤종신, 김연우, 이지형, 조원선, 김형중, 신재평, 윤하 등이 히트곡을 각각 불렀다. "이 분들이 있었기에 토이 콘서트가 가능했다"며 "게스트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다"고 한 유희열의 말처럼 이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뿜어내며 토이의 한 음표가 됐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휘자로서 유희열의 역량이었다. 유희열은 토이 군단의 동생이자 친구, 형이고 오빠였다. 무엇보다 최고의 음악 동반자의 모습이었다. 내로라 하는 14명의 뮤지션을 한 자리에 초대할 수 있는 유희열의 인간성은 유려한 그의 멜로디 속 가사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스스로를 밴드의 일원이라고 칭할 만큼 유희열은 밴드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는 짧은 스포트라이트로 대신할 수 있는 밴드 소개를 투정과 장난을 섞어 정성스럽게 직접 소개했다.
7년 만에 만난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반차를 내거나, 아기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공연을 보러오는 팬들에게 "회사랑 가정이 중요하지 않은 거다"라고 농을 던지고, "집에 갈 때 요실금에 걸리게 해 주겠다"라고 단언하며 팬들을 웃겼다. 그러면서도 "여러분들이 토이의 주인공"이라며 모든 공을 관객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앙코르곡 '땡큐'를 부르며 유희열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이런 공간에서 꼭 다시 만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날까지 음악을 열심히 하겠다"며 뜨겁게 울었다. 관객들 역시 그의 음악과 감성의 향연을 공유하며 진정 섞인 환호로 화답했다.
토이군단과 팬들을 지휘하는 유희열, 그의 진가는 섬세한 음악성과 따뜻한 인간성에 있었다.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