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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칸의 여왕’이라는 말은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떨쳐낼 수도 없는데, 왜 옛날에는 그런 노력들을 했을까 생각되기도 해요. 지금은 나와 같이 가는, 내가 어떤 배우가 될 지 계속 가능성을 열어주는 수식어라고 생각해요.”
‘칸의 여왕’이 다시 칸을 찾았다. 벌써 4번째다. 지난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0년 영화 ‘하녀’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경쟁부문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을 방문했다. 올해 그가 들고 온 작품은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려낸 하드보일드 멜로 영화 ‘무뢰한’이다.
“칸이라는 곳이 세계적 영화제고 만만한 곳이 아니라 기대도 안 했는데 초청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독님이 가장 큰 축하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가슴이 아팠거든요. 감독님 스스로 생각을 가지고 계시지만 계속 날 의심하게 되잖아요. '내가 또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하셔서 가슴이 아팠죠. 그래서 오승욱 감독님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를 했어요. 또 찍으실 수 있겠다고.”
전도연은 칸 영화제 측에서도 VIP 대우를 해주는 ‘칸의 여왕’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자신의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그 수식어 덕분에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었어요. ‘칸의 여왕’이라는 말을 뛰어넘고 싶었죠.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은 사실 그냥 자연스러워요. 한국에서는 어쨌든 ‘칸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이곳에 오게 되면 항상 자극을 받는 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고 배우인가’에요. 스스로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갖게 돼요.”
약한 소리를 하지만 전도연은 전세계 시네필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배우다. ‘무뢰한’ 공식 상영을 찾은 많은 영화 팬들이 그에게 사인을 받고, 인증샷을 찍었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도 했다. 그야말로 ‘칸의 아이돌’이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기분이 좋은 건 ‘무뢰한’도 ‘무뢰한’이지만, 외신 기자들이 그 전에 봤던 작품들을 언급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예전 작품을 이야기해줄 때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하고 ‘이 안에서 날 작은 존재처럼 느끼지만, 그 안에서도 의미가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해외에서의 작업요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 해외진출을 하지 못한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영어를 배워 연기한다고 해도 네이티브의 감성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꼭 해외진출을 하고 싶지 않다.
“작품에 대한 구체적 섭외가 들어온 건 아니지만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특히 작년에 (심사위원으로 왔을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들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런데 영어 왜 안 배워? 이상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배우가 됐는데’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내가 게으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진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거야. 꼭 할 거야. 두고봐’ 그러면서 서울에 갔는데 너무 바빴어요. 그러다 영어 공부를 그만 뒀죠. 언어적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아무리 외국에서 연기력이 최고인 배우라고 해도 한국에 와서 한국어로 연기를 하면 거슬리고 감정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아요. 내가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요.”
[전도연. 사진 =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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