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갑과 을의 굴레는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자본주의 사회 문제로 갑과 을의 문제가 대두됐다. 일명 '갑질'의 문제가 극에 달한 상황. 돈과 권력이 있는 자는 떵떵거리고, 그렇지 못한 자는 굽신거리는 사회, 계급사회가 따로 없는 게 현 사회다.
평등한 사회는 분명 아니다. 알게 모르게 계급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갑 혹은 을로 생각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을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의 문제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갑과 을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다양한 작품에서 갑과 을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고 있다. 드라마는 물론 개그 코너 소재로까지 활용될 정도. 연극 무대에서는 연극 '모범생들'이 이같은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극 '모범생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목고 고3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한국 교육의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의 자화상을 그린 작품이다.
'모범생들'은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학교 안에서부터 미묘하게 형성되는 갑과 을의 관계가 끝까지 유지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문제점을 꼬집는다. 단순히 성적에 대한 압박이 이들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은 곧 미래가 되고, 보장된 미래는 곧 권력이 되기에 모두가 목숨 걸고 위로 올라가려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금수저', 즉 갑들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곧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절대 권력 갑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모범생들'은 여타 작품과 달리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현실 그 자체만을 보여줄 뿐이다.
사실 갑과 을의 문제는 현 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범생들'이 2007년 초연 됐을 당시에도 마찬가지. 때문에 초연 당시나 이후 공연에서나 '모범생들'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탄탄한 작품임을 인정 받았다.
현실적인 우리 사회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특히 중요하다. 고등학생부터 어른이 된 모습까지 연기해야 하고, 갑과 을의 사회에서 급격히 변화하는 인물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미 현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모범생들'은 매 공연 때마다 실력 있는 배우들과 함께 한다. 연기력과 관객들을 흡수하는 매력을 동시에 가진 남자 배우들이 주를 이룬다. 무대 위 단 4명의 배우들이 각기 다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넘치는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2015년 공연에서는 비공개 오디션을 통과한 10명의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냉정한 모습 뒤에 그릇된 열등감을 지닌 명준, 넉살 좋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극의 감초 역할을 하는 수환, 무식하고 주먹 꽤나 쓰지만 가장 진정성 있는 남자 종태, 상위 0.3%로 범접할 수 없는 우월함을 가진 민영. 네 명의 인물이 인간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열연하고 있다.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비롯 배우들의 에너지가 조화를 이룬다.
오는 8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 공연시간 100분. 문의 이다엔터테인먼트 02-762-0010
[연극 '모범생들' 공연 이미지. 사진 =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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