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kt 위즈가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다른 9개 ‘형님’ 구단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고 있다. 분명 경기력이 타 팀 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점차 ‘팀’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의 kt는 남은 시즌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kt는 지난 16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나온 앤디 마르테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4-3 승리를 거뒀다. 16일 5경기가 모두 종료된 시점에서 kt의 시즌 전적은 18승 47패, 여전히 최하위다. 9위 LG 트윈스와는 9.5경기, 선두 두산 베어스와는 19.5경기 차이다.
그러나 최근 kt의 상승세는 다른 팀들의 향후 시즌 성적을 결정지을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즌 초에는 ‘승수자판기’라는 오명을 들으며 다른 팀에게 승리를 헌납한 kt였으나 이제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설 전력이 아니다.
kt의 시즌 초반은 힘들었다. 도대체 첫 승은 언제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리그 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과와 경기력, 어느 것에서 이를 반박할 점이 없었던 kt의 4월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 ‘이기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한 kt는 6월이 되자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5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4대5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kt는 장성우와 하준호라는 즉시 전력감의 야수 자원을 얻었다. 두 선수 모두 롯데 자이언츠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잠재력만큼은 분명한 선수들이라는 평이 있었기에 kt는 박세웅, 안중열, 이성민, 조현우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는 kt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 트레이드 이후 거센 비난을 받았던 kt는 한결 나아진 공격력을 앞세운 경기력으로 이를 잠재우기 시작했다. 4월 30일까지 3승 22패였던 kt는 5월 27경기서 7승 20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4일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이 합류하며 성적은 급상승했다. kt는 6월 13경기서 8승 5패를 기록 중이다.
블랙은 kt 합류 이후 8경기 연속 안타와 타점 행진,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는 등 공격력 면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kt 합류 후 11경기에서 타율 4할2푼6리(47타수 20안타) 3홈런 12타점 8득점 장타율 6할3푼8리 출루율 4할3푼8리를 기록 중이다.
마르테와 블랙이 합류한 kt 타선은 다른 9개 구단과 비교해도 파괴력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 두 선수가 맹타를 휘두르자 kt는 이대형과 박경수, 김상현 등 기존 베테랑 선수들의 타격감까지 함께 올라가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마운드에서의 안정감도 눈에 띈다. 선발진에서는 정대현이 최근 3승을 따내며 토종 에이스로 성장했다. 이는 선발진에서 고군분투하던 크리스 옥스프링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고졸신인 엄상백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펜에서는 김재윤과 조무근이 필승 계투조로 활약 중이고, 마무리 투수 장시환은 다소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팀의 필승 마무리 투수다.
이에 조 감독은 선수들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감독은 “이기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이 이전보다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며 “초반엔 정신없이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전보다 경기 중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한 단계 성장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kt와 경기를 치른 NC 김경문 감독도 “블랙은 (경기 화면을 보니) 완전히 괴물이더라”라면서 “블랙 말고도 kt는 젊은 투수들이 많이 좋아졌다. 어려운 상황에 경기에 나가면서 경험을 하고, 또 결과에서도 이기면서 선수들이 자신감도 많이 생겼을 것”이라면서 kt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부시다고 말했다.
실제 kt 선수들의 표정은 점차 밝아지고 있고,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며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도 상승하고 있다. 또 베테랑 선배부터 자율적으로 추가 훈련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까지 이를 따라하며 훈련 분위기도 좋은 쪽으로 형성되고 있다.
물론 아직 kt가 가야할 길은 멀다. 그러나 점차 ‘팀’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kt의 최근 상승세는 더 이상 손쉬운 1승 상대가 아니다. kt의 승리가 늘어나자 다른 팀들도 긴장하고 있다. 다른 9개 팀에서 “kt가 자신들을 제외하고 다른 팀을 반드시 이겨달라고 응원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t의 6월 상승세가 KBO리그의 시즌 중반 순위싸움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kt 위즈 선수들(첫 번째 사진), 댄 블랙(두 번째 사진), 장성우와 장시환(왼쪽부터, 세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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