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고동현 기자] 두 타석에 무려 17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이대형(KT 위즈)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 2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주로 테이블세터로 나선 이대형이지만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볼을 골라내기 보다는 때려서 나가는 타자다. 이로 인해 3885타수 동안 볼넷은 343개에 불과하다. 11.3타수 당 1볼넷.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전까지 이대형의 타석당 투구수는 3.76개였다. 이는 리그 평균 3.97개에 못 미치는 수치이며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43위에 불과했다.
이날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대형은 1회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형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부터 7구째까지 5개 연속 파울을 걷어냈다. 8구 볼을 골라낸 뒤 9구 다시 볼. 10구째 결국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비록 출루는 실패했지만 상대 투수를 괴롭히며 테이블 세터 역할을 어느 정도 해냈다. 더욱 의미있는 점은 이날 상대 선발로 나선 조쉬 스틴슨이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는 것. 최대한 짧게 짧게 이닝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 타자를 상대로만 10개의 공을 던진 것이다.
이대형은 아웃됐지만 이후 빛이 났다. KT가 1회에만 4점을 뽑으며 역전을 이뤄낸 것.
활약은 1회 10구 승부로 끝이 아니었다. 2회에는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1회와 달리 스틴슨이 쉽사리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 했다. 이 때 이대형이 가로 막았다.
2볼로 시작한 이대형은 2-2가 됐지만 5구 볼을 골라내며 풀카운트를 만든 뒤 6구 파울. 그리고 7구째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두 타석동안 무려 17개의 공을 던지게 한 뒤 출루까지 성공했다.
이대형은 이후 댄 블랙 적시타 때 홈까지 밟으며 2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결국 스틴슨은 2회까지 70개를 던진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2이닝은 시즌 최소 이닝이며 6실점(5자책)은 최다 실점이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도 6구 승부 끝에 볼넷. 이날 전까지는 4개가 되지 않는 타석당 투구수였지만 이날 첫 두 타석 17구를 비롯해 첫 세 타석에서 타석 당 7.7구를 던지게 했다.
안타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낸, 그리고 상대 선발 스틴슨을 무너 뜨린 이대형이다.
[KT 이대형.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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