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기발한데 귀엽고 웃기기까지 한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의 지구침공을 그린 영화 ‘픽셀’이다.
‘픽셀’은 지구의 평화적 메시지를 전쟁 선포로 오해한 외계인들이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의 모습으로 나타나 지구를 침공하자, 유일하게 게임의 룰을 꿰뚫고 있는 게임 고수 3인방이 이들에 맞서며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픽셀’은 추억을 자극하면서 보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 화면 가득 팩맨, 동키콩, 갤러그, 지네 등이 등장하는데 악당이라기엔 굉장히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 웃음 짓게 만든다.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임에도, 등장만으로 추억을 자극하며 반가움을 자아낸다. 지구를 침략하는 방식도 ‘젠틀’ 그 자체다. 오로지 룰에 입각해 각 게임의 방식으로 지구인과 대결을 펼치는데, 후반부로 가면 누가 악당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덕분에 외계인의 지구침공 이야기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외계인도, 빗발치는 총알도 없다. 지구의 운명이 풍전등화 상태지만 심오함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잔인하거나 자극적 영상도 없다. 단지 그 시절 오락실에서 게임기를 붙잡고 오락을 하던 것처럼 유쾌하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루저 히어로’들의 활약상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현실까지 녹여내 의외의(?) 놀라움을 안긴다. 게임 고수 3인방은 여느 관객과 다름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특출나지 못하다는 이유로 ‘루저’라 불린다. 하지만 지구를 구할 희망이 되는 건 당장이라도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네이비실이 아닌 찌질해보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받기 일쑤인 이 루저들이다. ‘픽셀’은 평범한 루저가 영웅이 모습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자그마한 희망과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또 시종일관 B급 코미디다운 ‘병맛 웃음’을 안기지만 이들을 고깝게 보는 제독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머리 아픈 이야기를 깊숙이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이 ‘픽셀’ 스럽다. 오롯이 105분 동안 그 시절 아케이드 게임에 심취했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안기고, 이를 즐기지 못했던 관객들에게는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하는데 집중한다.
엔딩 크레딧도 빼 놓을 수 없다.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꾸며진 엔딩 크레딧은 영화의 축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딩 크레딧만 봐도 영화 한 편을 다 본 느낌이다. 오는 24일 개봉.
[영화 ‘픽셀’ 스틸과 포스터. 사진 = UPI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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