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한두 해 반짝 잘하는 것보다 꾸준해야 한다. 꾸준히 내 역할 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나는 2군에 오래 있었고, 한 번 유니폼을 벗어봤기에 그만큼 더 간절하다. 계속 1군에 남아 있고 싶다."
이름처럼 사연이 참 많다. kt wiz 외야수 김사연이 그렇다. 굴곡이 심했다. 2007년 육성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는 2009년까지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불운도 겹쳤다. 1군 데뷔를 꿈꾸던 2010년 시범경기에서 타격 도중 왼손 유구골이 부러졌다. 결국 수술을 받고 2010년 5월에 입대했다. 군 생활 도중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12년 전역 후 이듬해(2013년) 넥센 히어로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이번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2013시즌이 끝나고 2차드래프트 전체 3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신생팀 kt행은 최고의 동기부여이자 기회. 김사연은 "한화 시절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불의의 부상으로 무너졌다. kt행은 새로운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전 부문을 휩쓸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퓨처스리그 관련 상은 대부분 김사연의 차지였다. 북부리그 최다안타(125개), 홈런(23개), 득점(94점), 장타율(6할 7푼 4리) 1위, 타율(0.371)과 타점(72개) 2위였다. 올해 1군에 첫발을 내딛는 kt의 핵심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큰 기대가 부담이 된 걸까. 시즌 시작부터 시련과 맞닥뜨렸다. 초반 13경기에서 타율 2할 3푼 8리(42타수 10안타), 3타점 3도루로 부진했고, 수비와 주루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마음만 앞섰다.
설상가상 지난 4월 14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변진수의 공에 왼 손등을 맞았는데, 뼈가 부러졌다. 최소 전치 8주, 최대 12주짜리 부상이었다. 이번에도 불의의 부상이었다. 당시 김사연의 친정팀인 한화의 한 관계자는 "아, 김사연은 정말"이라며 마치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김사연의 1군 데뷔 첫해 부상에 모두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5월 중순 성균관대에서 재활에 한창이던 김사연을 만났다. 하루빨리 1군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그리고 6월 16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62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달 11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6리(21타수 6안타) 1홈런 1타점 2도루로 kt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이달 12경기에서는 타율 3할 6리(49타수 15안타) 2홈런 11타점 7도루로 완전히 살아났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 7푼 7리 3홈런 15타점 12도루 출루율 3할 3푼 6리. 득점권에서 타율 3할 5푼 7리(28타수 10안타) 11타점으로 찬스에도 강하다.
한화전이 우천 취소된 23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김사연은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도 "꾸준히 내 역할 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1군에서 야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야구 하는 사진을 기사에 붙여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작년 퓨처스리그 성적이 워낙 좋았다.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진 않았나
"많이 힘들었다. 나도 나름대로 힘들었지만 팀도 그랬다. 게다가 부상까지 당하니 부담이 더 컸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재활에 매달렸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나
"다 내려놓고 관중 입장에서 야구를 봤다. 한편으론 야구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니 팀이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트레이드돼서 팀이 좋아지니 나도 급해지더라. 내가 있을 때보다 업그레이드되고, 강해지니 급해지는 게 있었다. 처음에는 100%가 아니었을 때 돌아와서 경기하다 보니 마음은 급하고, 몸도 안 따라줬다. 지금은 손에 보호대를 차고 있다. 평생 야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겨내고 있다(웃음)."
-7월 들어 타격감이 살아났다
"공백이 너무 길었다. 복귀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타격폼 수정 작업이 힘들었다. 재작년부터 준비했던 부분인데, 막상 작년에는 잘됐다. 그런데 올해 뚜껑을 열어 보니 뭔가 막히고, 마음만 급해졌다.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폼 수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원래 레그킥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화 (김)태균이 형처럼 노스텝으로 치려고 한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다는 건 상체는 그대로 두고, 다리만 움직이는 것이다. 폼을 수정한지 얼마 안 돼서 더 몸에 배야 한다.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숭용 타격코치님께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내가 야구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다"
-지금처럼 1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간다는 것, 야구선수로서 참 행복한 일 아닌가
"당연하다. 나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너무나 오래 머물렀기에 지금도 무척 행복하고 기분 좋다. 그냥 좋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복귀 후 팀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팀 분위기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처음에는 다들 기죽어 있었고, 또 쫓기는 분위기였다. 이제 한결 여유가 생겼다. 벤치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누구든 타석에 들어서면 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한결 여유로워졌다."
-퓨처스리그와 1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타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투수들의 제구력과 볼 배합인 차이인 것 같다. 그것도 다 실력이다. 퓨처스에서는 일단 답이 나온다. 어떤 볼카운트에서 어떻게 쳐야 할 지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1군에서는 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그 부분이 차이가 크다."
-시즌 초반에 주로 리드오프나 테이블세터로 나섰다. 요즘은 하위타순에서 잘 치고 있다. 마음이 편해진 건가
"난 1군에서 신인이다. 올해가 1군 첫해다. 그러다 보니 상위타순에서는 다소 쫓기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개의치 않고, 경기에 나가면 어떤 타순이든 상황에 맞게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주자 있을 때는 더 집중하려고 한다."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전부 다 보완해야 한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이동했고, 타격폼을 바꾼지도 얼마 안 됐다. 주루사도 많았다. 의욕만 앞서다 보니 항상 모든 걸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발전했으면 하는 부분은 수비다. 일단 수비가 돼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외야는 우익수만 연습하고 있다. 작년에는 중견수로만 뛰었다. 우익수 포지션에 적응은 많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더 보완해야 한다."
-김사연에게 kt wiz란
"kt는 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팀이다. 내가 한 만큼 대가가 찾아온다. 다른 팀은 주전 선수가 정해져 있어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든 점도 있다. 하지만 kt는 한 만큼 대가가 오니 어떻게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사실 이전에 못했던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어떻게 보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부상 때문에 무너졌다. 올해도 의도치 않게 또 부상을 당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야구선수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한두 해 반짝 잘하는 것보다 꾸준해야 한다. 꾸준히 내 역할 하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나는 2군에 오래 있었고, 한 번 유니폼을 벗어봤기에 그만큼 더 간절하다. 계속 1군에 남아 있고 싶다."
[kt wiz 김사연이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김사연이 7월 14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런포를 터트린 뒤 하이파이브하고 있다(2번째 사진), 김사연이 4월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루타를 터트리고 있다. 사진 = 강산 기자,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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