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의 미래는 어떨까.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문성곤(고려대), 한희원(경희대) 정도를 제외하면 대어가 보이지 않는 올해보다는 내년 신인드래프트가 더 기대된다. 내년에는 최근 수년간 고교, 대학농구를 평정했던 이종현(고려대)과 최준용(연세대), 강상재(고려대)가 나란히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KBL의 문을 두드린다.
얼리엔트리로 이번 KBL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할 것이란 말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내년 4학년까지 대학을 다닌 뒤 프로에 진출하기로 했다. 내년 KBL 신인드래프트는 최근 5~10년을 통틀어 가장 묵직한 드래프트로 기대를 모은다.
이종현과 최준용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유재학 감독이 이끌었던 성인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더더욱 유명세를 탔다. 김동광 감독이 이끌었던 이번 대표팀에도 참가했다. 강상재의 경우 지난 2년간 동 포지션 선배 이승현(오리온)에게 가렸지만, 올해 대학무대와 프로아마최강전에서 주목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들의 현주소
고려대가 14일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차지하면서 2015년 아마농구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전국체전, 농구대잔치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내년을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제 빅3의 프로 입성은 단 1년 남았다. 현 시점에서 이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미래를 짚어보는 건 의미가 있다.
우선 이종현. 올 시즌 다사다난했다. 여름에 NBA 서머리그 진출을 위해 NBA 신인드래프트 신청서를 냈다. 미국에서 약 1개월간 보내면서 가드 훈련을 받는 등 새로운 농구를 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 서머리그 참가도 좌절됐다. 미국 현지에선 이종현이 정말 NBA 도전 의사가 있다면 당장 고려대를 포기하고 NBDL에 뛰어들라는 조언도 있었다. 그러나 이종현은 눈물을 머금고 유턴했다. 실질적으로 최근 1~2년간 발전한 게 없다는 대부분 언론의 지적은 정확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은 물론,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도 그랬다. 약한 파워로 포스트업이 되지 않고, 외곽 수비와 중거리슛이 돋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선배 김종규(LG)와 이승현(오리온)이 중, 장거리슛를 장착하고 외곽수비를 연마한 건 이종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하나. 이종현은 아시아선수권서 경기당 3.1개의 블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연길 칼럼니스트는 네이버 국가대표 특집을 통해 "누구도 한국의 골밑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수비의 목적은 공격권을 빼앗아오는 것이지 공을 쳐내는 게 아니다"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블록슛보다 실질적으로 골밑에서 힘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버텨내는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
최준용은 경복고 시절 이종현과 트윈타워를 이뤘다. 상대적으로 이종현에게 가린 측면이 있었다. 그의 최대 미덕은 장신임에도 패스, 드리블, 슈팅이 모두 정교한 부분이다. 2~3년 전 유재학 감독은 최준용을 포인트가드로 키워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최근 끝난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김동광 감독에게 뒤늦게 가드로서의 재능을 검증 받기도 했다. 국제무대서 그의 패스센스는 활용가치가 있었다. 시야가 넓고, 빈 공간에 있는 선수를 본능적으로 잘 찾아냈다. 여기에 내, 외곽을 오가며 돌파, 슈팅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이종현보다 쓰임새가 많다. 최근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서도 리더로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연세대는 고려대에 1승2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최준용은 2차전서 맹활약했다. 그리고 포인트가드 허훈과 함께 고비마다 공헌도 높은 플레이를 선사하며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다만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고 수비력이 인상적이지 않다. 선천적으로 약한 파워도 보강해야 한다. 이종현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업이 좋지 않다. 외곽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슈팅 테크닉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강상재. 그는 발전 의지가 남달랐다. 올 시즌 실전서 업그레이드 된 자신을 내놓았다. 홍대부고 시절 호리호리했지만, 대학 2년간 동 포지션 선배 이승현에게 밀려 절치부심, 근력과 파워를 키웠다. 올 시즌 대학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는 성과를 봤다. 본래 외곽슛 감각이 탁월했다. 파워를 장착한 현 시점에서 이종현과 최준용에게 볼 수 없는 포스트업 능력과 턴어라운드 슛을 장착했다. 그의 슈팅 범위는 3점슛 바깥이었지만, 이제는 자유투라인 뒤와 3점슛 라인 사이, 즉 퍼리피터로 확대됐다. 프로아마최강전서 프로 선배들을 상대로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청소년대표 시절 득점기계 명성 그 이상이었다. 한 농구관계자는 "잘 크면 방성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다만 순발력이 약간 떨어지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임기응변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강상재는 고려대와는 달리 국가대표팀에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의 미래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래도 내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는 이종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량 자체는 정체된 부분이 있고, 최준용과 강상재의 존재감이 이종현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냉정히 볼 때 두 사람이 이종현보다 더 뛰어난 부분도 있다. 하지만, 206cm 토종 정통센터라는 희소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선수출신 프런트는 "그래도 이종현은 이종현"이라고 간략하게 정리했다.
최준용과 강상재의 2순위를 놓고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애당초 최준용의 2순위가 유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강상재의 비약적 발전을 놓고 흐뭇한 미소를 보인 프로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한 프로 관계자는 "상재가 1순위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역대 최고의 2~3순위 신인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했다. 한편으로 대표팀에서 보여준 가드로서의 최준용 존재감을 높게 평가한 쪽에서는 "최준용이 장기적으로는 강상재보다 활용가치가 더 높을 수 있다"라고 했다.
내년 1년간 그들이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드래프트 순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들의 본질이다. 지난 1년간 이종현은 상대적으로 주춤했고, 강상재는 확연히 업그레이드 했다. 최준용도 시즌 막판 존재감을 어필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경계되는 건 자기만족 혹은 매너리즘. 이들은 이미 탈 대학급 기량을 갖췄다. 내년에도 올 시즌처럼만 하면 대학에서 왕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종현을 걱정하는 농구관계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들 3인방이 한국 남자농구의 10년, 15년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절박함을 갖고 파워와 테크닉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왜 얼리엔트리를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얼리엔트리 포기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어쩌면 내년 1년이 그들의 미래, 그리고 한국 남자농구의 15년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종현(위), 최준용(가운데), 강상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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