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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는 0-0으로 끝났다. 스코어 그대로였다. 화끈함과는 거리가 먼 더비였다. 맨유는 머나먼 러시아 원정을 다녀왔고 맨시티는 주축 선수가 빠졌다. 조금은 찝찝한 두 팀의 조건이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흔히 팬들이 말하는 ‘핵노잼(핵꿀잼의 반대말로 하나도 재미가 없다는 뜻)’ 경기는 아니었다. 상대의 장점을 지우려는 두 감독의 지략대결은 결과 만큼이나 팽팽했다.
#포메이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3-0 완승을 거뒀던 에버턴 원정과 비교해‘1명’만 변화를 줬다. 마테오 다르미안 대신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다르미안은 밸런스가 좋은 수비수다. 하지만 0-3 대패를 당했던 아스날전에선 컷인 플레이를 펼치는 윙어에 약점을 나타냈다. 아마도 판 할 감독은 라힘 스털링의 스피드를 따라잡기에 발렌시아가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다비드 실바 없이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 임했다. 강력한 두 장의 옵션을 잃은 페예그리니는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하고 야야 투레를 전진배치한 전술을 꺼냈다. 맨시티 입단 후 공격 전지역을 다 소화하고 있는 케빈 데 브루잉은 중앙이 아닌 오른쪽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수비에선 주장 빈센트 콤파니가 복귀한 가운데 그의 파트너로는 엘리아큄 망갈라가 아닌 니콜라스 오타멘티가 나섰다.
#전반전
홈팀 맨유가 점유율에서 59대41로 앞선 전반전이었다. 패스숫자도 260대183이었다. 특히 중원에서의 싸움이 치열했다. 당연했다. 양 팀 모두 미드필더 지역에 3명을 배치하면서 3vs3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로인해 전반전 유효슈팅은 두 팀 합쳐 ‘0개’였다.
#발렌시아
측면에선 맨유가 좀 더 효과적이었다. 우측에선, 발렌시아의 오버래핑이 힘을 발휘하면서 맨시티는 스털링과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쉽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올 시즌 맨시티는 스털링이 컷인 플레이를 할 때 콜라로프가 사이드로 넓게 벌리는 플레이가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선 오히려 발렌시아의 전진을 막기에 급급했다. 판 할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다. 좌측에선 데 브루잉과 마르코스 로호가 주로 충돌했다. 승자는 대부분 로호였다. 데 브루잉은 1대1 승부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돌파는 물론 장기인 크로스도 코너킥을 제외하면 성공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후반전
후반 들어 맨유의 주도권이 더욱 강해졌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면서 맨유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였다. 맨유는 앙토니 마샬의 돌파와 안데르 에레라, 슈바인슈타이거의 패스로 위험지역까지 접근했지만 이후에 완벽한 슈팅 찬스를 잡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교체
후반 10분을 기점으로 두 감독의 교체가 시작됐다. 시작은 맨시티였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맨유의 기세가 올라가자 스털링을 불러들이고 헤수스 나바스를 투입했다. 나바스가 우측에 서고 데 브루잉이 좌측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변화가 가져온 이점은 크지 않았다. 후반 22분에는 맨유가 교체를 시도했다. 후안 마타 대신 제시 린가드를 내보냈다. 포지션은 그대로였다. 다만 중앙으로 이동했던 마타와 달리 린가드는 좀 더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이전까지 맨유는 상대 박스 안으로의 침투가 부족했다. 마샬은 사이드에 머물렀고 루니도 오타멘디의 압박에 밀려 후방으로 자주 내려왔다. 린가드는 후반 39분 기막힌 문전 쇄도로 찬스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공은 크로스바를 맞으며 무산됐다.
교체는 계속됐다. 판 할의 승부수는 마루앙 펠라이니였다. 슈바인슈타이거를 빼고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곧장 페예그리니가 반응했다. 지친 야야 투레를 불러들이고 마틴 데미첼리스로 펠라이니의 높이 싸움에 대응했다. 펠라이니 효과는 있었다. 후반 43분 롱패스를 펠라이니가 떨궜고 이를 크리스 스몰링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조 하트에 손 끝에 걸렸다. 맨유가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결론
맨유는 이날도 확실한 골잡이의 부재를 경험했다. 30대에 접어든 루니는 콤파니와 오타멘티가 버틴 중앙 수비를 뚫고 골을 넣기엔 힘이 부족했다. 이는 크로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발렌시아 또는 로호가 크로스를 올릴 때 루니의 위치는 대부분 박스 밖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마샬의 플레이는 돋보였다. 19살의 프랑스 출신 윙어는 1대1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려 13번 시도해 7번 성공했다. 이 때문에 경험 많은 바카리 샤냐는 경기 내내 수비 밖에 할 수 없었다.
페예그리니 감독은 ‘패’하지 않는 경기를 설계했다. 아구에로와 실바의 부재로 공격자원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하지만 데 브루잉을 제한적으로 활용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 분데스리가 도움왕 출신의 데 브루잉은 중앙과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이날처럼 측면에 가두면 활동 영역이 좁아져 그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패스성공률 60.9%와 단 2개의 크로스가 이를 말해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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