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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긴 생머리에 회색빛이 감도는 렌즈를 낀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신비로운 분위기였다. 단숨에 마녀를 떠올리게 만든 그의 모습은 뮤지컬 '위키드'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보여줬다.
차지연은 단 한번도 뮤지컬 배우를 꿈꾼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데뷔한 뮤지컬 '라이언킹' 오디션을 보게 된 계기도 돈을 조금 더 벌어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서울예대를 중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차지연은 동생의 추천으로 '라이언킹' 오디션을 보고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맞게 됐다.
"저는 앙상블 1번을 맡았는데, 정말 앙상블이 배역이름인 줄 알 정도로, 뮤지컬에 대해 하나도 몰랐어요. 그런데 우연치 않게 라피키 역할을 하게 된 거에요. 제 음색이 마음에 드셨던 당시 일본 대표님이 제 가능성을 보셨던 거죠. 나이는 어린데 음색이 깊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라피키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이나 했겠어요?" 우연히 뮤지컬 계에 발을 들인 차지연은 작품을 할 때마다 내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선배들과 관계도 순조롭지 않았고,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차지연은 운명처럼 또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하게 됐다. 그렇게 10년이 다 되어 간다.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중인 차지연은 현재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 역에 캐스팅 돼 맹연습 중이다. 차지연은 꿈 같은 작품에 캐스팅 됐다며 적지 않은 책임감을 드러냈다. "여러 가지 지킬 게 많은 뮤지컬이더라고요. 제가 정확하게 해야만 하는 작품이에요. 대사도 많고 노래도 많고, 큐사인이 천개가 넘더라고요. 아직은 연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 작품이 해피엔딩인 줄 알았는데 직접 대본을 읽어보고 해석을 하니까 굉장히 많은 것들이 이 작품 속에 다 들어가 있더라고요. 정말 대단한 작품이구나 생각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정말 있구나. 사실 외모적으로 엘파바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도 있었고, 과거에도 만날 뻔했던 작품인데, 지금 만나게 된 건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차지연이 표현해 내고 싶은 엘파바는 좀 더 슬림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다. 좀 더 샤프하고, 날카롭지만 내면은 따뜻하게 그려내는 게 목표다. 그래서 매일 운동을 하고, 식단조절도 하면서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작품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엘파바를 선보이고 싶어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정체성이 뚜렷한 엘파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차지연의 강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진정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아직도 무대 테크닉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모르는 게 많지만, 작품 속 그 인물로 들어가서 거침 없이 토해내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거 같아요. 투박하고 날 것의 느낌이 나더라도 진솔하게 표현하는 느낌은 저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차지연은 잘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주름이 지면 지고,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하고 싶어요. 어떤 후배가 봤을 때 '저 사람처럼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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