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 Blooming garden#1607, mixed Media,60x60,2016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일반 대중에게 미술은 여전히 생소하다. 미술 문외한에게는 아무리 유명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그림이라도 그저 그림일 뿐이다. 마니아도 쉽지 않은 작가의 의도는 더욱 파악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 대중문화가 우리 사회에 빠르고, 뿌리깊게 자리잡으면서 이러한 미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젊은 순수 예술가들은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블루밍 가든(Blooming Garden)'으로 돌아온 김초혜 작가 역시 그런 그들 중 하나다. 김 작가는 지난 7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라뮤즈드 연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에 한창인 김 작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미술의 높은 문턱, 이제는 낮춰야 할 때
인터뷰를 위해 기자와 만난 김 작가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바로 "미술이 대중적으로 가까워졌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과 파인아트(순수미술)를 하는 사람들이 협업을 해 서로가 가진 콘텐츠로 시너지를 냈으면 하는 구체적인 바람까지 드러냈다. 이를 '아트콜라보'라고 칭한 김 작가는 "기업에게는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이미지 제고라는 효과를 안겨줄 수 있고,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면 파인아트를 하는 작가들도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의성을 반영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현재 젊은 작가들에게 나타난 변화라는 것이 김 작가의 설명이다. 파인아트 작가라고 하면 뭔가 고립되어 있고, 폐쇄적으로 작업에만 몰두하는 이미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자칫 예술의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다.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현재의 젊은 작가들은 그런 점을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김 작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레스토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예요. 그 기간 보통 6시면 갤러리들은 문을 닫죠. 일반 직장인들이 평일날 갤러리를 방문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게다가 미술에 대한 문턱까지 높게 생각하시니 더욱 관심은 멀어지는 거죠. 문을 여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시니까 그 문턱을 낮추고 식사를 즐기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간에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면 어떨까 생각한 거예요. 직접 작가와 소통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전시를 하게 됐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레스토랑 전시회에서는 그림에 관심이 없던 손님이 미술과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됐다는 피드백이 전해졌다. 김 작가 본인으로서는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레스토랑에서의 전시회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림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고, 사이즈가 큰 작품의 경우에는 전시 자체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김 작가는 전시 공간이 넉넉하게 확보된 갤러리 전시를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대형 작업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김 작가는 레스토랑을 벗어나 아트페어가 아닌 각 국의 문화원에서 전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문화원에서 작품을 전시한 경험이 있다는 김 작가는 "외국 영사관에 우리의 문화원이 있지 않나. 그런 곳에서 전시를 추진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K-POP과 드라마 뿐 아니라 이런 클래식한 문화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한류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을 것 같다. 한국 작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 따뜻한 밝음=달항아리
김 작가는 2007년 '소요하다', 2009년 '유(遊)_유(遊)', 2011년 '달하 높이곰 도다샤' 등 자연 안에서 자유와 유희를 느끼는 삶의 모습을 담아왔다. 이러한 작업의 의미는 2013~2015년 'Blooming Moon(블루밍문)' 시리즈, 2016년 'Blooming Garden(블루밍 가든)'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연에서 인간이 소요하는 조화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작업 중"이라는 그녀는 작업 초창기 푸른색의 모노톤에서 꼴라쥬 기법을 동원한 화려한 색감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변화를 추구한 이유는 바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김 작가가 선보인 그동안의 작업 중 특히 '달항아리'의 등장은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백제시대의 가요인 '정읍사'에서 모티프를 딴 달을 항아리로 형상화했는데,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한,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한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 담긴 달을 작품에 차용한 것이다. 아주 크고 둥글고 흰 그런 달항아리의 모양을 김 작가는 '따뜻한 밝음'이라고 표현했다. 강렬한 느낌이 아니라, 따뜻하게 사람을 위로해주는 밝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달항아리가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건, 코드가 맞기 때문이예요. 언어 역시 약속된 코드가 있기 때문에 아는 거잖아요. 추상적인 붓터치라든가, 색감이라든가, 이런 걸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상징물을 차용함으로서 대중에게 더 쉽게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예요. 따뜻한 달빛 아래에서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토닥여주면서 사는 건 누구나의 바람이죠. 그런 메시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그런 필요에 의해 차용한 게 바로 달항아리의 기형입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미술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에게도 힘든 순간은 존재한다. 행복한 순간 역시 마찬가지. 이번 전시회가 마무리되면, 김 작가는 새로운 작품과 전시회를 계획하며 또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낼 전망이다.
"작품이라는 것은 자기 안에 있는 우물에서 길어낸 물이라고요. 자기만의 물을 퍼올리는 일은 성찰을 요구하고, 그 성찰을 통해서 미적인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굉장한 고민을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해요. 에너지가 많이 들고 집중력도 요하죠. 그렇게 새로운 작업을 하며 변화를 이끌어낼 때가 가장 힘들어요. 반대로, 별 고민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내 행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순간에는 즐겁고 유쾌하죠. 거침없이 작업이 이뤄지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웃음)"
[김초혜 작가.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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