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2016년 5월 3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는 마침내 기다렸던 순간이 현실로 펼쳐졌다. '155km의 사나이' 원종현(30·NC 다이노스)이 대장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원종현은 기다렸다는 듯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기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 불가능은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원종현이 복귀전을 치른 다음날부터 NC는 거짓말 같은 11연승을 달렸다. 김경문 NC 감독은 "원종현은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칭했다. 그의 복귀 자체 만으로도 선수들에게 에너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2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투수진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원종현은 마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마운드에 돌아온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 욕심도 부릴 만한 만반의 준비
원종현이 야구 팬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바로 2014년부터. LG에서 방출되는 등 시련과 고초를 겪었던 원종현은 NC의 필승조로 성장하며 그해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함께 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전광판에 155km를 새기며 야구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의욕적으로 나섰던 지난 해 스프링캠프. 하지만 어지럼증을 호소한 그는 국내로 급히 귀국해 정밀검진을 받았고 대장암 판정이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장암 2기 초기라 암 세포가 전이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원종현은 항암치료, 재활, 훈련을 반복하면서 마운드에 다시 서는 그날을 기다렸다.
당초 원종현은 예상보다 빨리 올해 개막전에 맞춰 복귀할 수도 있었다. 몸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고 어느덧 실전 투구도 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종현은 "스프링캠프에서 생각보다 몸이 괜찮은 것 같아서 조금 욕심을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1년을 쉰 상태였고 잠깐 몸 상태가 올라온 것만으로는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라면서 "감독님이 '2군에서 단계를 천천히 밟은 뒤 중간투수들이 조금 힘이 떨어졌을 때 보탬이 돼 달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으로는 나도 그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험난한 과정, 그를 붙잡은 건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원종현은 시즌 개막 후 두 달이 지나고 복귀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피로감을 빨리 느끼다보니까 훈련도 예전보다 많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운동량을 조절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다"는 원종현은 스스로의 의지, 그리고 가족과 구단의 지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다. 다 큰 자식인데 뒷바라지하신다고 옆에서 좋은 음식을 많이 만들어주시고 아버지께서는 병원에 갈 때마다 나를 태우고 다니셨다. 구단에서도 치료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힘들 때마다 그를 붙잡은 것은 야구였다. 그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야구였다. "다시 마운드에서 서서 예전 만큼, 예전보다 더 좋은 공을 뿌리는 상상을 많이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원종현이 돌아오고 동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고생했다"는 것이었다. 주위 동료들은 '아픈데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얼마나 야구가 하고 싶었겠느냐'고 격려해줬다. NC 선수들은 원종현이 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마음은 느꼈던 것이다.
원종현이 돌아오고 NC는 11연승을 달렸다. '승리의 메신저'로 떠오른 듯 하다. 하지만 원종현은 "나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 많고 원래 선수들이 잘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보탬이 되려고 온 것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②편에서 계속
[원종현.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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