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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올 초부터 KBS 예능 프로그램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야심차게 론칭한 몇몇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규편성에 실패했고, 출연자들의 사건 사고로 인해 부득이하게 편성표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속속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웠고, 지금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KBS 예능국의 가장 큰 수확은 '예능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의 성공이었다. '프로듀사' 이후 예능국에서는 '마음의 소리'를 새로 제작하면서 웹 드라마에도 처음 도전했다. 웹에서 먼저 방영한 뒤 방송을 통해서도 내보낼 예정이다. 앞서 올 초 설특집으로 방영된 '기적의 시간:로스타임'이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예능 드라마 제작에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본분금메달'과 '머슬퀸 프로젝트'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들어야 했다. 베일에 감춰진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의 반전 속내를 들여다본다는 내용의 '본분금메달'은 여자 아이돌 가수들을 상품화했다는 빈축을 샀다. '머슬퀸 프로젝트'는 여자 연예인들이 시청자를 대신해 국내 최고 머슬 트레이너들에게 운동법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선정적이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단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시청률은 여전히 중요한 평가의 잣대다. 특히 요즘처럼 볼거리가 많아진 시대에 더 이상 지상파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은 더욱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무려 11년간 자리를 지켰던 장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위기탈출 넘버원'이 끝내 폐지 수순을 밟은 건 어쩌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후 KBS에서는 공영방송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착한 예능'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수근의 KBS 복귀 프로그램인 '동네스타 전국방송 내보내기', '언니들의 슬램덩크' '어서옵쇼'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출연자들이 직접 여행 방법을 제시하는 여행 프로그램 '배틀트립'이나, 개그맨 멘토와 외국인 멘티가 팀을 이뤄 개그 대결을 벌인다는 새로운 콘셉트의 '어느날 갑자기 외.개.인'이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이들 새 예능 프로그램들 중 현재까지 가장 성적이 좋은 건 '언니들의 슬램덩크'다. 방송, 문화계 6인의 멤버들이 꿈에 투자하는 계모임 '꿈계'에 가입하면서 펼치는 꿈 도전기를 그린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방송 초반 여성판 '남자의 자격'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꿈을 향한 도전과 진심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시청률도 5~6%대를 기록하며 전작인 '인간의 조건-집으로' 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해지고 자리를 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지금의 시청자들은 그만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영상 소비 패턴이 빠르고, 취향도 다양해 좀처럼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건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KBS 예능이 앞으로 또 어떤 결과물들을 내놓을 것인지,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기적의 시간:로스타임', '마음의 소리' 대본 리딩 현장, '언니들의 슬램덩크' 단체컷, '배틀트립' '어서옵쇼' 스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KBS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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