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음 등판이 더 중요하다.
두산 마이클 보우덴은 6월 30일 잠실 NC전서 9이닝 9탈삼진 3볼넷 무실점, 총 139구로 역대 최다투구 노히터가 됐다. 이후 몇 차례 우천취소 경기가 발생하면서 8일만인 8일 잠실 KIA전에 다시 나섰다.
노히트노런 후유증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관전포인트였다. 실제 과거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들 중 다음 등판에 부진한 케이스가 종종 있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뛰었던 유네스키 마야의 경우 4월 9일 잠실 넥센전서 노히터가 된 뒤 12일만의 등판(21일 목동 넥센전)서 3이닝 8피안타 11자책점으로 무너졌다. 그는 이후 투구밸런스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퇴출됐다. 2014년 6월 24일 잠실 LG전서 노히터가 된 찰리 쉬렉도 29일 부산 롯데전서 4⅔이닝 9실점(1자책)으로 부진했다. 역시 이후 퇴출됐다.
두산으로선 마야의 악몽이 떠오를 법하다. 보우덴은 8일 경기서 3이닝 5피안타 2탈삼진 2볼넷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KBO리그 11~13번째 노히터들은 예외 없이 다음 등판서 부진한 공식을 이어갔다.
▲노히트 후유증인가
그렇다면 보우덴의 KIA전 부진이 정말 노히트노런의 후유증일까. 단순 결과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투구내용을 보면 단정할 수도 없다. 보우덴은 이날 패스트볼 최고 149km를 찍었다. 3회 브렛 필에게 좌월 스리런포를 내줬을 때도 145km 바깥쪽 패스트볼이었다. 평소와 다름 없이 140km 중~후반의 구속을 유지했다.
KIA 중심타선은 최근 상승세다. 3번 김주찬은 시즌 내내 꾸준한 타격감을 선보인다. 4번 이범호와 5번 브렛 필의 타격감도 좋다. 이범호와 필에게 내준 홈런은 실투가 아니었다. 이범호에게 구사한 커브는 바깥쪽으로 잘 흘렀다. 필에게도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홈런으로 연결됐다. 물론 보우덴이 공 반 개 정도 더 뺐다면 범타 혹은 헛스윙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잘 친 타자를 인정하는 게 맞다.
주무기 포크볼도 평소처럼 구사했다. 보우덴은 컨디션이 좋으면 빠르면서 살짝 떨어지는 포크볼, 느리면서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특별히 평소보다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KIA 타자들은 골라낼 것을 골라내며 능숙하게 대처했다.
▲다음 등판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 마야의 경우 12일만인 21일 목동 넥센전서 난타를 당한 뒤에도 회복되지 못했다. 4월 26일 잠실 KIA전서 7이닝 3실점, 5월 2일 대구 삼성전서 7이닝 2실점으로 좋았으나 5월 8일 잠실 한화전 5⅔이닝 9피안타 7실점, 14일 인천 SK전 5⅔이닝 10피안타 6실점, 20일 잠실 삼성전 2⅔이닝 8피안타 9실점, 31일 수원 KT전 4이닝 5실점으로 잇따라 난타 당했다. 6월 6일 목동 넥센전서 4⅔이닝 4실점하자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퇴출됐다.
그런데 당시 마야는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게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의 내부적인 판단이었다. 역시 노히트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NC에서 퇴출된 찰리 역시 애당초 무릎이 조금 좋지 않았다.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서 노히트로 무리한 뒤 투구밸런스 실종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보우덴의 몸 상태는 좋다. 때문에 그가 마야처럼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결국 다음 등판이 더욱 중요하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4일 창원 NC전, 그리고 후반기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보우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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