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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사람이 늙을 뿐, 영화는 늙지 않는다"
강우석 감독이 24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버 V앱을 통해 진행된 무비토크 라이브에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에 임한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고산자'에는 강우석 감독이 데뷔 28년 만에 처음 연출하는 사극,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고산자'로 데뷔하는 감독"이라는 발언에서 이번 작품을 대하는 자세를 알 수 있었다. 영화계 거장이라는 계급장을 내려놓고 스스로 '탈(脫) 강우석'을 자처했다. 오랜 기간 충무로에서 거장 자리를 지켜온 만큼 타성에 젖을 법한데, 새 장르에 도전하며 도약에 앞장선 것이다.
게다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역사적 실존 인물을 택했다. 강우석 감독은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를 그린 박범신 작가의 '고산자'를 접한 계기로 영화화를 결심했다. 왜 그 시절에 지도를 공유하려는데 힘 썼을까 등 많은 의문점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역사적 인물을 다룬다는 게 쉽지 않기에 포기하려 했었다. 고산자가 얼마나 훌륭한 지도인지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줘야 할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후 자꾸만 생각이 나더라. 결국 후손으로서 김정호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꺼내야 겠다 싶어 도전했다"고 털어놨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온 열정을 쏟아부어 완성해냈다. 그는 "김정호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서 힘들었다. 사실 준비하면서 후회가 들기도 했다"라며 "아름다운 곳을 담기 위해 촬영지를 찾는 데만 수 개월이 걸렸다. 정말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촬영에 임했다.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중에는 공간감각마저 없어졌다. 남한을 다 누볐다. 북한도 다녀온 기분이다. 백두산에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강우석 감독은 "하지만 열악했던 그 시기 지도를 그리려 한 김정호는 오죽했을까. 이게 당시에 가장 큰 위로가 됐다. 촬영을 마치고 정말 연출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역사왜곡 논란도 피하지 않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김정호의 생애를 이유 있게 담아냈다"라며 "우리 영화에 있는 것과 없는 게 분명하다. 코미디가 있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식민사관이 없다. 절대 식민사관을 쫓아가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김인권이 맡은 바우 캐릭터를 덧붙여 감동과 더불어 재미까지 잡았다는 것.
이에 대해 김정호 역의 차승원은 "영화의 완성본을 아직 보진 못 했지만 소문에는 재밌다는 얘기가 있다"며 "무겁지 않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나 눈길을 끄는 건 기존의 스태프들을 과감히 교체했다는 점이다. 그는 '고산자' 촬영장에 그동안 항상 함께 작업해온 제작진이 아닌, 사극과 로케이션 촬영에 능한 새로운 스태프들을 배치했다. 평소 스태프들을 살뜰히 챙기는 등 의리가 강한 그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다.
극 중 흥선대원군으로 분한 유준상은 "강우석 감독님이 '고산자'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라며 "감독님이 새로운 스태프와, 새 마음 가짐을 갖고 새롭게 찍은 영화다. 새 도전이 너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감독님은 시대를 관통하는 분이다. 이를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넣지 않고 잘 스며들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있으시다"며 "'고산자'는 그 시대에 꿈꾸기 힘든 민주주의를 바랐던 김정호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감독님이 딱 적절한 시기에 이를 다룬 것 같다. 김정호야 말로 현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신다면 이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느껴질 것이다"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그는 "감독님 연배에 20번째 작품을 하신 분은 거의 없다. 유일하시다고 볼 수 있다"고 감탄하며 "감독님이 나에게 '사람은 늙어도 영화는 안 늙게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 일기장에 적어 둔 얘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강우석 감독은 "영화 19편을 연출하고 처음으로 찍은 사극이다. 너무 긴장됐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라며 "그동안 늘 많이 웃고 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감독 인생을 걸어왔다. 이번에 '고산자'를 통해 꼭 이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는 뜻을 전했다.
'고산자'는 다음달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네이버 V앱 화면 캡처,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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