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점슛보다 중요한 게 있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튀니지를 불러들여 지난달 29일과 31일에 평가전을 치렀다. 두 경기 모두 이겼다. 속출한 부상자와 그 여파에 의한 연이은 멤버 교체, 프로아마최강전 차출 등 각종 악재들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이었다.
물론 FIBA 랭킹 21위의 튀니지는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조직적인 준비는 엉망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허재호가 얻은 게 많았다. 컨셉트를 외곽 공격으로 잡은 것, 그에 따른 부수적인 준비 모두 순조로운 걸 확인했다.
허재호는 1차전서 33개의 3점슛을 던져 8개를 넣었다. 성공률은 24%에 그쳤다. 그러나 허 감독은 "(3점슛을 던지기 위한)패턴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은 좋았다"라고 했다. 2차전서는 과정뿐 아니라 결과도 좋았다. 29개의 3점슛을 던져 16개를 림에 꽂았다. 성공률은 55%.
허재호가 3점슛 찬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7월 말 윌리엄존스컵 때보다 인상적이었다. 얼리오펜스를 시도할 때 허훈이나 김선형의 손 끝에서 떠난 공을 또 다른 패서들이 효과적으로 빈 곳으로 연결, 3점포의 확률을 높였다. 세트오펜스서는 외곽에서 이승현이나 최부경 등 빅맨들의 스크린에 의해 만들어진 찬스를 조성민, 이정현 등이 3점포로 연결했다. 이승현의 경우 직접 스크린을 서다 외곽으로 나가서 미드레인지 점퍼를 던졌다. 허재 감독은 "백스크린이나 무빙스크린을 활용하는 패턴은 존스컵 때부터 준비했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코트를 넓게 활용, 외곽에서 활발히 볼을 돌린 끝에 공간을 창출, 3점슛으로 연결한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패턴이 다양했고, 정밀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어지기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농구의 기본 중의 기본인 수비와 리바운드다. 3점슛을 많이 넣더라도 수비가 되지 않으면 그 가치가 상쇄된다. 리바운드를 많이 잡지 못하면 3점슛 찬스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
튀니지는 2~3번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미스매치를 활용, 의도적으로 포스트업을 했다. 허재호는 1차전서 이 방법으로 많은 실점을 했다. 그러나 2차전서는 그렇지 않았다. 미스매치가 될 때 적극적으로 트랩과 로테이션을 시도했다. 허 감독은 "1차전보다 2차전서 움직임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허재호에는 양희종, 박찬희처럼 앞선에서 대인마크가 아주 빼어난 선수는 없다. 당연히 팀 디펜스가 중요하다.
허 감독은 "변형 지역방어도 준비하고 있다. 1차전보다 좋아졌다"라고 했다. 지역방어에서 장신들이 포스트에서 공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약속된 지점으로 트랩을 들어갔다. 실전을 통해 합을 맞춰보고,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분. 튀니지와의 평가전이 큰 도움이 됐다.
수비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 얼리오펜스 성공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공격 입장에서 슛 실패 후에는 순간적으로 코트밸런스가 무너진다. 이때 재빨리 공격을 전개, 3점포로 연결하면 경기흐름은 확연히 넘어오게 돼 있다.
또 하나. 리바운드가 중요하다. 한국은 1차전서 이승현이 공격리바운드만 6개를 따냈다. 허 감독은 "센터도 공격리바운드 6개를 잡기 힘들다. 투지가 대단하다. 위치선정능력도 좋다"라고 했다. 이승현은 2차전서는 4점 3라운드로 주춤했다. 3쿼터 막판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튀니지 공격수의 손가락에 얼굴을 찔리면서 4쿼터에 뛰지 않았다.
단순히 의욕만으로 되는 부분은 아니다. 공이 잘 떨어지는 지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허 감독은 "아무리 몸이 좋아도 스탠스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결국 이승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상대 에이스도 맡아야 하고, 리바운드도 걷어내야 한다. 허 감독은 "2대2 공격은 아무래도 공격리바운드에 취약하다. 틈만 나면 가담하라고 한다"라고 했다. 리바운드가 원활하게 돼야 공격권을 많이 소유하고, 공격권을 많이 가져야 3점슛을 던질 기회도 그만큼 많이 잡을 수 있다.
허재호는 외곽공격 위주의 컨셉트를 잘 잡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국제대회는 일정이 빡빡하다. 이번 아시아챌린지도 예외가 아니다. 대회 스케줄 막판 체력난조로 슛 적중률이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매 경기 3점슛이 잘 들어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때문에 수비와 리바운드를 강화, 경기력의 기복을 최소화해야 한다. 3점슛 적중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허재호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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