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팬 여러분을 가슴에 새기고 더 강하고 단단한 팀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문구가 다소 바뀌었지만, 다음을 기약한다는 내용은 지난 8년과 다를 바 없었다. 한화 이글스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는 또 다시 포스트시즌 탈락이었다.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년 연속 탈락.
한화는 올 시즌 홈경기서 총 66만 472명을 동원했다. 지난 시즌(65만 7,385명)을 뛰어넘는 구단 신기록이다. 관중수가 홈 팬들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순 없겠지만, 한화 팬들이 ‘마리한화’ 신드롬을 일으킨 지난 시즌 못지않은 성원을 보내준 것만큼은 분명한 셈이다.
애석하게도 한화는 팬들의 기대를 또 다시 저버렸다. 66승 75패 3무 7위. ‘발동이 조금만 더 빨리 걸렸다면…’이라 아쉬움을 곱씹는 이도 있겠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 한화의 2016시즌
한화의 2016시즌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한화는 LG 트윈스와의 개막 2연전서 모두 연장전까지 간 끝에 패하는 사상 초유의 불명예 기록을 남기며 시즌을 시작했다. 5월 한때 승패 마진이 -20까지 벌어져 순위다툼이 아닌 탈꼴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반짝’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화는 5월말부터 6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5연속 위닝시리즈를 따내는 등 전혀 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윌린 로사리오가 KBO리그 적응을 마친데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송광민 등이 매서운 공격력을 뽐낸 덕분이다. 여전히 선발진은 불안정했지만, 불펜진이 안정세에 돌입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화의 기세는 6월 중순 이후 다시 주춤했다. 믿었던 에스밀 로저스가 결국 부상으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고, 불펜진의 과부하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해졌다. 실제 6월에 1승 4홀드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63으로 맹활약했던 권혁은 7월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7월 3승 1홀드 평균 자책점 1.86을 남긴 송창식 역시 8월 평균 자책점은 7.36에 달했다.
권혁, 송창식은 결국 8월말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 가운데 송창식은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는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붕괴된 마운드를 조금이나마 메웠지만, 그마저 오래가지 않았다. 이용규, 윌린 로사리오가 부상을 입으며 전열에서 이탈한 것.
1.5경기차였던 5위 KIA 타이거즈와의 홈 2연전(9월 18~19일)서 모두 패, 한화는 사실상 실낱같은 희망마저 놓치게 됐다. 이태양의 부활, 장민재의 성장은 고무적이었으나 ‘가을야구’가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 MVP : 김태균
팀 성적과 별개로 김태균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김태균은 올 시즌 전 경기에 선발 출장, 타율 .365(2위) 193안타(2위) 23홈런(공동 15위) 136타점(2위) 출루율 .475(1위)를 남겼다.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 수상도 충분히 기대할만한 성적이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기록을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어 이와 같은 반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태균은 5월 한때 타율이 .268까지 하락했고, 팀 성적 부진까지 겹쳐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타격자세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한편, 장타에 대한 부담을 떨쳐낸 후부터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7월말부터 로사리오가 주전 1루수를 맡으며 지명타자로 전환한 것도 김태균이 체력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
덕분에 김태균은 기념비적인 기록도 세웠다. 총 310출루를 기록, 사상 첫 한 시즌 300출루 시대를 열었던 것. 또한 역대 10호이자 최연소(만 34세 4개월 6일) 통산 3,000루타를 넘어섰고, 역대 3호 통산 1,000볼넷도 달성했다. 통산 1,157타점을 기록하며 구단 기록도 새로 썼고, 우타자 최초의 12년 연속 100안타도 기록했다. ‘김태균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한화 선수들(상), 김태균(하).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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