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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찌질한 연기 베테랑이요? 그동안 해왔던 게 있어서 그렇겠죠 아마."
영화 '두번째 스물'(감독 박흥식 배급 리틀빅픽처스)에서 김승우는 40대 영화감독 민구 역을 맡았다. '두번째 스물'은 민구(김승우)와 안과의사 민하(이태란)이 이탈리아에서 13년 만에 다시 만나 꿈 같은 사랑을 하는 정통 멜로다.
김승우는 앞서 심혜진, 강수연, 명세빈, 김정은, 장진영, 최진실, 고현정 등 당대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로맨스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원조 멜로킹'으로, '두번째 스물'에서는 이태란과 호흡을 맞췄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13년만에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스무살을 거쳐 두번째 스무살인 40대로 펼쳐진다.
"낯선 여행지가 주는 설렘이 있잖아요. 혼자 여행을 할 때 묘령의 여인이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는 설렘이 있을 수도 있는데, '비행기 낯선 여자만으로도 설렐 텐데 그녀가 첫사랑'이라는 드라마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민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사실 민구는 찌질함의 대명사죠.(웃음)"
누군가를 좋아하면 명확한 계산이나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 바보가 된다. 이를 '찌질하다', '호구같다' 등의 단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두번째 스물'의 민구는 어찌보면 찌질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어차피 마흔 중반이 넘어섰고, 이제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도 져야하고 한 말까지도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 나이인데 그녀를 만나서 일탈하는 순간에는 그녀를 만났던 때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20대 때 했던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기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민하도 그렇게 찌질한 여자 같지는 않았는데 누가 먼저 찼는지를 갖고 언쟁을 벌일 정도면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승우는 '찌질하다'라는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앞서 박흥식 감독은 김승우를 민구 역에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김승우가 찌질한 연기를 잘 하지 않나"라고 명확하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승우는 이에 대해 "속상하진 않았다"라고 쿨하게 답했다.
"그동안 해왔던 역할로 평가를 받으니까 역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왜 저를 선택했냐고 물어봤는데 '민구가 착해보이지 않느냐'라고 하더라고요. 진정한 연인이 되는 점에서 그런 거 같아요. 진짜 사랑하게 되면 상호 간에 호구가 되는 것 같고요."
영화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마흔 살이 되면 사람은 자신의 한 부분이 소멸되는 것을 용납한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안에서 사실 '불륜'이라 할 수 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에 대해 김승우는 "불륜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민구와 민하가 20대 때 이루지 못했던 사랑은 두번째 스물이 돼서야 다시 만나 꿈 같은 며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국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꿈에서 깬 듯 처연하고 차갑다.
"의사인 민하가 민구에게 노안 치료를 해주는데, 결국 '너를 통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된다'라는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한 고리라도 민하에게 걸어놓고 싶은 민구의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둘이 절실히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의 완성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현실로 돌아가게 되는데 다 아픈 삶이죠."
[김승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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