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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KGC로 간다.
블레이클리와 모비스의 계약이 10일로 종료됐다. 모비스는 내심 블레이클리의 완전 교체영입을 원했다. 그러나 네이트 밀러를 보낼 수 없었다. 대체선수 규정상 11일 정오까지, 즉 반나절 동안 블레이클리를 무적신분으로 내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KGC가 블레이클리를 데려갔다. 모비스는 11일 KCC전부터 밀러를 기용했다.
블레이클리가 모비스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타 구단이 데려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1~2번과 4번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단신 외국선수다. 좋은 볼 재간과 패스센스를 바탕으로 경기운영을 맡을 수 있다. 슈팅력은 떨어지지만 득점력도 괜찮다. 장신 외국선수 수비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활용가치가 높다.
복수의 구단이 동일한 외국선수를 일시대체로 영입하려면 지난 시즌 성적 역순으로 지명한다. 전자랜드는 득점력이 떨어지는 커스버트 빅터를 내보내고 블레이클리를 영입할 수 있는 팀으로 평가됐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다. 결단만 내리면 블레이클리 영입이 가능했다.
유도훈 감독은 10일 LG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오늘 밤까지 고민 좀 해보고"라고 웃었다. 결국 유 감독은 빅터를 지켰다. 메인 외국선수 제임스 켈리의 수비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득점력은 떨어져도 버텨내는 수비와 리바운드가 좋은 빅터를 전략적으로 데리고 있기로 했다.
전자랜드 외에 블레이클리 영입 유력구단으로 꼽힌 KGC가 실제로 움직였다. 11일 KBL에 가승인 신청을 했다. KGC는 지난 시즌 4위였다. 전자랜드가 블레이클리 영입에 손을 떼면서 KGC가 블레이클리를 잡았다. 키퍼 사익스는 KBL을 떠난다. 블레이클리는 시즌 대체로 KGC에서 뛴다.
사익스의 퇴출은 예견됐다. 김승기 감독도 7일 오리온전 직전 "사익스의 경기력이 불안정하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최근 몇 경기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복이 심했다. KGC 국내 선수들과 매끄러운 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속공상황 외에 세트오펜스 상황에선 위협적이지 않았다. 2~3쿼터 최강 높이를 자랑하는 삼성, 토종 장신포워드가 즐비한 오리온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사익스보다는 블레이클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KGC는 블레이클리를 어떻게 활용할까. 일단 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오세근의 몸 상태가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경기당 35분 내외로 뛰는 데이비드 사이먼은 체력이 좋은 타입이 아니다. 두 사람을 도와줄 확실한 언더사이즈 빅맨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오세근, 사이먼, 블레이클리가 2~3쿼터에 함께 빅맨으로 나서는 건 쉽지 않다. 블레이클리의 패스워크가 좋다고 해도 골밑에서 세 사람의 동선이 엉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조 빅맨으로 쓰겠지만, 활용폭을 넓힐 필요도 있다.
모비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블레이클리가 모비스에서 맹활약했던 건 직접 볼을 운반하면서 경기운영을 맡았기 때문이다. 마침 양동근의 장기결장으로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블레이클리는 주로 외곽에서 공격을 조율했다. 그러면서 함지훈, 찰스 로드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많은 득점 혹은 어시스트를 올렸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가 있었다면 블레이클리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팀 상황에 맞춰서 써야 한다. 득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모든 구단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도 "블레이클리가 지난 시즌 kt보다 올 시즌 모비스에서 빛을 발했던 이유는 가드로 뛰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KGC는 김기윤이라는 확실한 포인트가드가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가드 자원이 풍족한 편은 아니다. 블레이클리가 빅맨으로 뛰면서도 가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2~3쿼터에 가드로 뛰면서 사이먼, 오세근과 또 다른 국내선수들과 효율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결국 블레이클리를 영입한 건 2~3쿼터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어차피 1,4쿼터 메인 외국선수는 사이먼이다. 그렇다면 블레이클리를 사이먼과 오세근의 보조 빅맨으로 쓰면서 경기운영에 능한 장점을 살릴 필요도 있다.
김승기 감독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KGC는 11일 SK마저 대파,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블레이클리를 통해 전력을 끌어올리면 삼성과 오리온도 긴장해야 한다. 반대로 일시적인 부작용이 나온다면 동부, 전자랜드 등 중상위권팀들로선 추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블레이클리의 KGC행이 상위권 판도에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
한편, 대체 외국선수 지명관련 규정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KGC는 규정을 잘 파고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두권 경쟁을 하는 팀이 6강 경쟁을 하는 팀의 외국선수를 데려간 모양새다. 관련 규정 손질이 필요하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KBL이 인위적으로 외국선수를 통해 전력평준화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블레이클리.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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