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눈길'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에 납치·감금돼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우리의 아픈 역사인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작품이다.
같은 소재를 다룬 '귀향'과는 톤 앤 매너가 다르다. '귀향'은 적나라하게 일본의 행태를 묘사했다면 '눈길'은 담담하게 비극을 그린다.
남의 일처럼 여기던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이들 역시 그저 떨어진 낙엽만 봐도 웃음보를 터뜨리는, 엄마에게 생떼를 부리는, 친구 오빠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지금의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소녀들이었다. 일본군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다.
비극 속에서 "엄마가 해준 요리가 먹고 싶다", "푹신한 이불을 덮고 싶다"며 종분과 영애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특히 연출을 맡은 이나정 감독은 두 소녀가 처한 상황을 얼어붙은 강, 눈길, 자작나무 숲 등 풍광을 배경으로 보여주며 감정을 극대화했다.
종분과 영애의 이야기를 오가며 전개되는 2017년 시점에선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여고생 은수(조수향)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마냥 비극을 논하기 보다는 따뜻한 연대에 대해 강조한다. 끔찍한 폭력을 겪으면서도 "나는 한 번도 혼자인 적 없다"며 서로를 위로하는 종분과 영애, 벼랑 끝에 내몰린 은수의 손을 끌어당기는 할머니가 된 종분(김영옥)이다.
"누군가는 꼭 해야할 연기"라며 선뜻 출연을 결심한 두 여주인공 김새론과 김향기는 진정성 담긴 열연으로 깊은 여운을 전한다.
'눈길'은 오는 3월 1일에 개봉된다.
[사진 =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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