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9년이 지나도 B급 감성은 통했다. 다시 돌아와 다행인 뮤지컬 '이블데드'가 여전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B급 저예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이블데드'시리즈 중 1, 2편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것. 지난 2008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9년만에 다시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여전히 B급 감성을 지니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가 극대화될 수 있는 영화와는 다른 무대 위에서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잘 버무려 뮤지컬만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영상을 통해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는 영화와는 다르게 뮤지컬 '이블데드'는 과장된 공포를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좀비의 등장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무대 위에서 과장되게 그려져 서늘함과 동시에 웃음을 자아낸다.
B급 감성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대사와 표현도 거침없다. 욕설과 9금이 난무하는 와중에 센스 있는 표현력과 적절히 절제하는 완급조절이 훌륭하다. 이중적인 표현도 웃음 요소. 진지하고 감성적인 멜로디 속 가사는 터프하고 우스꽝스럽다.
1막과 2막, 인간과 좀비로 나뉘는 배우들의 열연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성실한 종업원으로 온화한 매너의 훈남 애쉬, 애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유난히 여자를 밝히는 스캇, 야망있는 고고학자 애니, 스캇이 3일 전에 꼬신 예쁜 백치미의 여인 셀리, 애쉬의 괴짜 여동생 셰럴, 애쉬의 여자친구를 비롯 다혈질 제이크, 소심남 에드, 루돌프 및 멀티 등 다양한 캐릭터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초연 당시 뮤지컬계 핫스타들이 그랬듯 이번 공연에서도 대학로 인기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온전히 자신의 끼를 분출하고 있다. 특히 스캇 역 조권은 그야말로 제 몸에 딱 맡는 역할로 제대로 물 만난 모습이다.
연습량이 느껴지는 합이 몰입도를 더욱 높인다. 2008년 초연의 연출을 맡아 호평받은 임철형 연출이 재공연 연출을 맡은 만큼 당시 관객들을 사로잡은 요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한다.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록 음악으로 구성된 '이블데드'의 음악은 '헤드윅'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준 감독이 합류했다. 이에 음악은 더욱 풍성해졌고, 공연장을 꽉 채우는 시원한 라이브 연주가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주조연 배우들 중 누구 하나 가창력에 있어 빠지지 않아 관객들 귀가 즐겁고, 초연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서병구 안무가 이번에도 함께 해 좀비물을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물론 흥 넘치는 분위기에 일조하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피를 뒤집어쓰는 스플레터 석도 초연때처럼 존재한다. 우비를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할 정도로 시원한 여름을 즐길 깜짝 이벤트다. 또 흔한 R석, S석이 아닌 이선좌석, 눈밭석, 1층 벽타는석, 창조주석, 2층 벽타는석 등 다소 황당하고 재치있는 좌석들의 이름이 깨알 재미를 준다.
9년이 지나도 여전히 B급 감성은 통하고 재치 있는 웃음은 더 풍성해졌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와 함께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이를 뒷받침 해주는 음악과 안무 등이 완벽한 B급 감성의 뮤지컬을 완성시켜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뮤지컬 '이블데드'. 공연시간 150분. 오는 9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 대극장.
[뮤지컬 '이블데드' 공연 이미지.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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