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최창환 기자] “많은 생각이 든다. 마냥 좋지만은 않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12경기 연속 타점을 달성했지만,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웃지 않았다. 팬들과 함께한 시상식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큰 절을 했지만, 마음을 추스른 후에야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재환의 타격감이 매섭다. 김재환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1홈런) 1득점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두산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김재환이 1회말 2사 2루서 쏘아 올린 투런홈런은 3경기 연속 홈런이자 이날의 결승타였다.
굵직한 기록도 작성됐다. 김재환은 이날 나온 홈런을 통해 12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갔다. 11경기 연속 타점에 그친(?) 장종훈(당시 빙그레), 이승엽(삼성), 야마이코 나바로(당시 삼성), 최형우(KIA)를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린 것.
김재환은 “신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박건우를 비롯한 동료들이 많이 출루해줘서 운 좋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나온 홈런은 김재환이 올 시즌 잠실에서 터뜨린 18번째 홈런이었다. 이는 1999년 심정수(당시 두산), 자신이 지난 시즌 수립한 17홈런을 뛰어넘는 국내선수 최다 기록이었다. 외국선수까지 통틀어 한 시즌 잠실 최다홈런은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의 24홈런.
이에 대해 전하자 김재환은 “타석에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좋은 결과도 뒤따랐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기여한 김재환은 올 시즌에도 4번타자다운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재환의 올 시즌 기록은 101경기 타율 .359(4위) 29홈런(공동 2위) 85타점(3위) OPS 1.089(3위). 멀티히트(46회)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고, 결승타(12회)도 나성범(NC)과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접전상황이라 해도 긴장은 덜 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분이 좋고, 그 기분을 떠올리다 보면 접전상황도 즐기게 된다.” 김재환의 말이다.
김재환이 12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한 경기가 끝난 직후, 두산은 신기록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자체 시상식을 진행했다. 김태형 감독이 직접 김재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고, 동료들과 팬들도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에 김재환은 팬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대기록을 세운데다 팬들의 축하까지 받았지만, 김재환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이 든다. 마냥 좋지 않고, 만감이 교차한다.” 김재환의 말이다.
꼬리표 때문일 터. 두산의 4번타자로 활약 중이지만, 김재환에겐 약물과 관련된 ‘주홍글씨’가 있다.
김재환은 지난 2011년 열린 제39회 야구월드컵 대표로 선발됐지만, 국내 도핑검사에서 WADA 금지목록인 S1 동화작용 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인 ‘1-테스토스테론의 대사체(Metabolite of 1-Testosterone)가 검출된 바 있다. 김재환은 KBO로부터 2012시즌 1군 10경기 출장정지 제재를 받았다.
김재환을 향한 비난여론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다. 또한 김재환이 “마냥 좋지 않고, 만감이 교차한다. 앞으로 더 꾸준히, 성실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 현재로선 그 약속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재환은 “12경기 연속 타점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야구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은 2008년 두산 입단 후 무명시절을 거쳤다. 2012시즌까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김재환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직후인 2016시즌부터 두산의 중심타자로 존재감을 남겼고, 올 시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재환은 가족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단다.
김재환은 “부모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또한 집사람, 아기 등 가족들이 생기며 마음을 다 잡게 됐다. 첫 아이가 태어난 게 180도 바뀐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에겐 2015년 11월 태어난 쌍둥이 딸이 있다. 김재환은 “아이들이 조금씩 말을 한다. TV에 (내가)나오면 알아보고, ‘야구’라는 말도 한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기분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김재환은 이어 “하지만 야구와 육아 가운데에는 육아가 비교할 수 없이 힘들다. 세상의 어머님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다. 덤덤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김재환이 비로소 환하게 웃은 순간이었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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