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두산은 지난 15일 고척 넥센전에서 마무리투수 김강률의 부재 속에서도 한 점차 리드를 지키고 승리를 맛봤다. 두산은 시즌 초반 유독 한 점차에서 강하다. 7차례의 한 점차 승부 성적은 무려 7승 1패. 이현승이 초반 잠시 부상으로 이탈했었고, 김강률이 9경기 평균자책점 10.38로 부진하지만 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지표 뒤에는 겁 없는 아기 곰들이 자리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의 선발 전환과 함께 함덕주(23), 이영하(21), 박치국(20), 곽빈(19) 등 20대 초반 투수들을 뒷문에 대거 포진시켰다.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가 뒤따르기도 했으나 “다 맞으면서 크는 것이다. 이왕 경험을 쌓는 거 1군에서 바로 부딪치는 게 낫다”는 뚝심 아래 이들을 필승조로 기용 중이다.
18경기를 치른 현재(17일 오전) 김 감독의 지론은 일단 성공으로 가고 있다. 막내들 중 맏형인 함덕주가 10경기 1승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74로 중심을 잡은 가운데 박치국은 11경기 평균자책점 0으로 3홀드를 챙겼고, 신인 곽빈은 데뷔 11경기 만에 승리, 홀드, 세이브를 모두 맛봤다. 잠시 페이스가 주춤한 이영하도 홀드 2개로 힘을 보탰던 터.
김 감독은 그 원동력 중 하나로 베테랑 포수 양의지의 존재를 꼽았다. 포수 출신 김 감독은 “양의지의 힘은 절대적이다. 베테랑 포수가 앉아있으면 안정감 자체가 다르다. 특히 어린 투수일수록 존재감은 더 커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선수들 역시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곽빈은 “내 전력의 90%는 양의지 선배님이다”라고 말했고, 함덕주, 박치국 등도 “양의지 선배님이 있어 확실히 안정이 된다”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이에 대한 양의지의 생각은 어떨까. 양의지 역시 김 감독과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맞으면서 느껴야 한다. 난 항상 맞는 것과 상관없이 후배들에게 자신 있는 투구를 주문한다. 마운드에서 하나라도 더 느끼고, 만일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잘 될 때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던지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라고 전했다.
양의지의 어린 투수들 리드의 핵심은 직구 구사였다. “직구가 빠르니까 직구 승부를 우선적으로 펼친다. 후배들이 베테랑처럼 변화구로 카운트는 잡지 못하기에 맞더라도 힘으로 파울을 내고, 힘으로 범타를 유도해서 결과를 내게 한다”는 게 양의지가 말한 초반 호투의 비결이었다.
양의지는 “평소 네 선수와 많이 소통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내가 그만큼 나이가 많아졌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담스럽다. 곽빈과는 띠 동갑이다. 깜짝 놀랐다”라고 웃었다. 그래도 곽빈에 따르면 양의지는 평소 기회가 될 때마다 “잠은 잘 잤냐”, “오늘 공은 어떠냐” 등 수시로 컨디션을 체크한다고 한다.
양의지는 끝으로 이들에게 신인다운 패기를 주문했다. “특별한 조언 같은 건 없다”라고 운을 뗀 그는 “어리니까 그냥 씩씩하게 던졌으면 좋겠다. 이용찬, 김강률 등도 어릴 때는 다 많이 맞고, 안 좋은 경기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용찬, 김강률이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투수는 없다. 자기 공을 던지며 성장하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양의지(좌)와 함덕주(첫 번째),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이영하-함덕주-곽빈-박치국(두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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