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세리머니를 꿈꾸는 김학범호의 운명은 사실상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아시안게임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히든 카드로 뽑은 선수들의 활약이 금메달로 향하는 열쇠가 된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오사카), 조현우(대구)를 향한 시선이 뜨거운 이유다.
한국의 아시안게임은 ‘와일드카드’ 잔혹사로 통한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처음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 한국은 2014년 단 한 번 24세 이상 선수 효과를 봤다. 이전에는 부상과 부진 혹은 불운에 눈물을 흘렸다.
자국에서 열린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이영표, 이운재, 김영철 등 3명을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세 명 모두 병역을 해결한 상태였기 때문에 온전히 금메달을 따기 위한 선발 카드였다.
하지만 한국은 4강에서 이란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와일드카드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이영표가 승부차기 두 번째 키커로 나왔지만 실패했고, 이운재 골키퍼는 한 골도 막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천수, 김두현, 김동진이 와일드카드로 가세하면서 막강 전력을 구축했지만 이라크에 패했다.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이천수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침묵했다. 설상가상 김동진은 무릎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다.
4년 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박주영과 김정우가 선발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0-1로 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아시아 최고 공격수로 꼽혔던 박주영을 앞세우고도 한국은 4강에서 득점에 실패했다.
한국이 와일드카드 도입 후 유일하게 금메달을 딴 대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김신욱, 박주호, 김승규 등 공격부터 수비까지 고르게 와일드카드가 포진한데다 이재성, 손준호 등 역대급 전력을 앞세워 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다만 김신욱이 조별리그 초반에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토너먼트 내내 출전 여부를 두고 상대 팀과 심리전을 펼쳐야 했다. 북한과 결승전에서 막판 투입돼 금메달에 일조했지만, 기대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처럼 한국의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는 대부분 실패한 경험이 많다. 기대를 안고 발탁했지만, 공격 강화와 수비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했다.
때문에 김학범호에 발탁된 와일드카드 3인방의 활약은 금메달 획득에 가장 큰 열쇠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를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공격수로 분류되는 손흥민을 필두로 일본 J리그서 뛰는 황의조와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골키퍼 조현우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손흥민이 지배하고, 황의조가 마무리하고, 조현우가 막는 그림이다.
일단, 조 편성은 좋다. 당초 UAE가 가세하면서 조별리그를 4번 치러야했지만, 이라크의 불참으로 다시 UAE가 다른 조로 이동해 첫 경기 일정도 12일에서 15일로 미뤄졌다. 상대도 바레인,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크게 앞선다.
변수는 와일드카드가 얼마나 빠르게 팀에 녹아드느냐다. 가장 일찍 합류한 조현우는 팀 내 고참으로 후배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았다. 황의조도 지난 6일 합류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경우 소속팀 토트넘에서 개막전을 치르고 13일 현지로 이동한다. 장거리 비행과 시차 등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조별리그를 앞두고 합류하는 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고 토너먼트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과연, 한국의 와일드카드 잔혹사를 완전히 끊고 금빛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까. 김학범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