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부산 김나라 기자] 201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의 '버닝'이 재조명받으며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4일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선 '버닝' 팀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창동 감독은 '필름메이커 토크' 행사를 진행하며 영화팬들과 소통했다. 유아인과 전종서는 태풍 콩레이를 뚫고 부산을 찾아 오픈 토크를 개최했다. 특히 두 사람은 기다린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지로 악천우로 취소됐던 행사의 시간을 조율해 재개, 무대에 올랐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개최된 제27회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맛보기도 했다.
'버닝'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창동 감독이 지난 2010년 영화 '시'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연출작이기도 하다. '시'로 제63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데 이어 '버닝'으로는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당시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역대급 평점을 이끌어냈으나, 아쉽게 수상이 불발됐다.
호평과 달리 국내에선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초라하게 퇴장했지만, 분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를 놓치지 않고 되새기며 진한 여운에 젖게 만들었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기획의도 등 모든 것을 밝혔다. 그는 "이제 막 자기 이야기를 쓰려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처럼 내가 과연 어떤 작품을 갖고 관객들과 소통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남들이 보기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전혀 끌리지 않았다. 이걸 내가 꼭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어 막판에 보류했던 적도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늘 분노에 관한 주제로 영화를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었다"라며 "세계 어디를 가도 요즘 사람들은 다들 분노하고 있다. 국경, 인종, 계급 차이 없이 누구나 자신들 입장에서 말이다. 이게 요즘 세상의 중요한 화두라고 느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은 겉으로 보면 분노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지이만 뒤집어 보면 분노의 감정이 깔려 있다"라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예술영화까지 직접적인 체험이라는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버닝'으로 관객들에게 다른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헛간을 태우다'가 이에 접근하기 좋은 자료라고 봤다. 서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조금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기능 또한 영화 매체의 무시할 수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영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아인 역시 이창동 감독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나면 그 열기가 빨리 식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라며 "'버닝'을 통해서는 새로운 감정을 얻었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이야기했다.
유아인은 "'버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작품의 온도가 조금씩 더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영화의 파장,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나, 이게 바로 영화성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작품성을 높이 샀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님이 내게 이렇게 다 같이 만나게 된 건 운명이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버닝'은 끝났어도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운명과 운명이라는 말이 가장 깊게 와닿는다"라고 전했다.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부산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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