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시작부터 꼬끼오 닭 울음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닭으로 웃기겠다는 선언인데, 과연 닭을 잡을 것인가 법인을 잡일 것인가라는 황당한 딜레마에 빠진 형사들의 마약사범 검거작전을 시종일관 폭소 퍼레이드로 펼쳐낸다. ‘극한직업’은 ‘스물’ ‘바람바람바람’에서 쌓은 이병헌 감독의 예측불허 코믹감각이 알맞게 튀겨져 바삭한 식감을 발휘한다. 최근 부진에 빠져 있는 충무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영화다.
아침저녁으로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을 기는 마약반. 급기야 해체위기까지 몰리자 고반장(류승룡)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확을 포착하고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까지 4명의 팀원과 함께 잠복수사에 나선다.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지만, 뜻밖에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수사는 뒷전으로 밀린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치킨집의 캐치프레이즈는 “지금까지 이런 코믹수사극은 없었다”는 자신감으로 들린다. 재치 넘치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는 절정의 흡인력으로 관객을 빨아 들인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쫄깃쫄깃한 말맛이 귀에 착착 감기며 만들어내는 언어유희의 리듬감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형사들이 주고 받는 거의 모든 대사가 갓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에 코믹한 양념소스를 바른 듯 최적의 궁합으로 이뤄졌다.
배우들의 쫀득한 앙상블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퇴직금까지 탈탈 털어 치킨집을 낸 류승룡, 뒤늦게 절대미각의 재능을 깨닫고 주방장이 된 진선규, 테이블 세팅하느라 쉴 틈이 없는 이하늬, 파와 양파를 썰어내며 양념을 다지는 공명, 혼자 마약조직의 보스를 미행하다 허탕만 치는 이동휘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이 곳곳에서 폭소탄을 터트리며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각 형사의 특성을 살려 타격감을 극대화한 대규모 액션신도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듯한 쾌감을 준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무술 특기 하나씩 부여해 각개 격파로 적진을 돌파하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코미디 뿐만 아니라 액션의 볼거리도 풍부하다. 살벌한 말발을 쏟아내는 마약업자 역의 신하균과 오정세, 사고뭉치 마약반에 골머리를 앓는 서장 역의 김의성, 잔소리 9단의 고반장 아내 역의 김지영 등 조연들의 감초연기도 치킨에 빠질 수 없는 톡 쏘는 무 맛을 낸다.
이제 이병헌 감독이 바삭하게 튀겨놓은 코믹수사극을 맛볼 일만 남았다.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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