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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018년 3월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두산 베어스전. 8회 진기록이 나왔다. KT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 이어 이해창이 두산 투수 최대성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것. KBO리그 역사상 첫 한 이닝 만루홈런 두 방이었다.
하지만 20년 전 그 사건(?)에 비하면 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한국시각으로 1999년 4월 24일, 현지시각으로는 1999년 4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했고, 그 후에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는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가 펼쳐졌다. 마운드에는 앞선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한 박찬호가 있었다.
2회까지만 하더라도 이 경기가 20년 후에도 회자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찬호는 1회 에드가 렌테리아와 마크 맥과이어를 삼진 처리하는 등 4타자로 끝냈다. '그 선수' 역시 2루수 땅볼로 막았다.
2회에는 2루타와 볼넷은 물론이고 도루도 두 차례나 내줬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그리고 운명의 3회. 박찬호는 첫 타자 대런 브래그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렌테리아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이어 맥과이어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무사 만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4번 페르난도 타티스. 초구와 2구를 볼로 던진 박찬호는 3구째를 던지다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이는 악몽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이후 이아일 마레로에게도 홈런을 내준 박찬호는 볼넷과 실책이 겹치며 추가 실점했다.
다시 한 번 찾아온 만루 상황. 박찬호는 맥과이어를 우익수 뜬공으로 막으며 한숨 돌렸지만 타티스에게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다시 한 번 만루홈런을 맞았다.
한 이닝에 11실점. 그리고 그 중 8점은 타티스에게 내준 만루홈런 두 방으로 나온 것이었다.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같은 이닝, 한 투수, 한 타자의 만루홈런 2개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결국 박찬호는 카를로스 페레즈에게 공을 넘기고 쓸쓸히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수비 과정에서 실책이 겹쳐 11실점 중 자책이 6점 밖에(?) 되지 않은 점은 위안 같지 않은 위안거리였다. 2⅔이닝 11피안타 2탈삼진 3볼넷 11실점(6자책). 투구수는 87개였다.
그 후 20년이 흘렀다. 2001시즌 종료 후 다저스를 떠났던 박찬호는 이후 다저스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뛴 뒤 2012시즌 종료 후 은퇴했다.
1973년생인 박찬호보다 두 살 동생(1975년)인 타티스는 어느새 빅리거의 아버지가 됐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인 타티스 주니어는 올시즌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한국야구와 연관이 있는 투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타티스 주니어는 데뷔 첫 홈런을 비롯해 첫 4개(현재는 6개) 중 2개를 지난해까지 SK 와이번스에서 뛴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때렸다. 켈리가 22⅔이닝 동안 내준 3개 홈런 중 2개가 타티스 몫이다.
[박찬호(왼쪽)와 페르난도 타티스. 사진=AFPBBNEWS]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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