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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이번에도 이세돌 9단의 신의 한수(?)는 78수였다. 물론 이세돌 9단은 버그에 가까운 수라고 강변(?)하지만.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36)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첫 대국에서 불계승을 거두었다.
이세돌 9단은 18일 낮 12시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펼쳐진 NHN이 개발한 '한돌'과의 3번기중 1국에서 92수만에 흑 불계승했다. 이날 흑을 쥔 이세돌 9단은 2점을 놓고 덤 7집반을 주고 벌인 대국에서 승리, 19일 벌어지는 2국에서는 정선(호선)으로 두게 됐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접바둑 답지 않게 공격적으로 맞섰지만 대국이 진행될수록 만만치 않은 형국이 됐다. 이날 대국에서 한때 승률 그래프가 30%까지 올라갔던 '한돌'은 이세돌의 78번째수에 버그에 가까운 착각을 일으키며 무릎을 꿇었다. '한돌'이 축 계산을 놓치고 장문에 갇히는 바람에 이후 몇 수 못가 돌을 던졌다. 92수만에 흑 불계승.
이세돌 9단과 한돌의 2국은 19일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한편 대국의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
대국 초반까지는 인공지능의 탄탄한 수읽기가 최근 실전 부족으로 감각이 떨어진 이세돌을 압박해 들어왔다. 초중반에 이르러서는 우변에 침투한 흑 대마가 인공지능 한돌의 포위에 갇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세돌이 한돌의 외곽 포위망을 뚫기 위해 78번째 수로 백 석점을 씌웠을 때 한돌의 믿기지 않는 떡수가 나왔다. 바둑 초보자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축머리 기본수를 읽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착수했고, 바로 백 석점을 제압한 이세돌은 우변 흑대마를 살리면서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
인공지능의 승률 예측 그래프도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87수를 넘어서는 4% 이하로 떨어졌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인공지능이 항서를 썼다.
송태곤 해설위원은 “한돌의 1.0버전과는 인터넷 상에서 몇번 둬봤다. 그때 진 적도 있고 이긴 적도 있다. 버그나 끝내기에서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2.0버전을 내놓으면서 국내 초일류 기사들을 모두 이겼다. 아무리 잘두는 선수라도 이기기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그보다 위인 3.0버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축머리 수읽기를 잘못 봐 버그를 일으킨 것 같다”고 총평했다. 앞서 엔에이치엔 쪽은 “한돌이 호선으로만 훈련해왔고, 접바둑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세돌 9단이 또 한 번 인공지능(AI)을 무너뜨렸다.
이세돌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의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대국의 예상 종료 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다.
그러나 한돌의 어이없는 실수에 오후 2시 20분께 대국이 종료됐다.
한돌은 NHN이 개발한 토종 바둑 인공지능이다.
이미 정상급 바둑기사의 실력을 뛰어넘는 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세돌은 2점을 먼저 까는 접바둑으로 한돌과 대결했다.
한돌의 우위를 인정한 것이다. 대신 한돌은 덤 7집 반을 받았다.
이세돌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세돌의 78수 이후 한돌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 이세돌의 80, 82수도 좋았다.
한돌은 83수로 맞섰지만 오히려 백돌 3개를 잡히고 말았다.
이세돌 '신의 한 수'를 찾아(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을 펼치며 흑돌을 바둑판에 놓고 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활동했던 이세돌 9단은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년 4개월간의 현역 프로 기사 생활을 마감하고 전격 은퇴했다. 2019.12.18 hihong@yna.co.kr
이 순간 현장 해설을 맡은 김만수 8단은 "어? 한돌이 망해버렸어요"라며 당황스러워했다.
김 8단은 "이세돌의 묘수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세돌이 전략을 잘 짜고 나왔다"고 총평했다.
김 8단은 "이세돌은 원래 공격적인데, 오늘은 수비적으로 나왔다. 집을 많이 가져가면서, 한돌의 공격을 묘수로 뚫었다"며 "그래서 한돌이 당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2수가 묘수였다고 꼽았다.
사이버오로에서 해설한 한승주 6단은 "초반은 빠른 진행으로 수순을 이어나갔다. 백 33 때 흑 34로 버티고 38로 나간 게 좋은 선택이었다. 백 63 이후 인내하면서 천천히 살려 나간 게 승리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 6단은 "78수가 좋은 수였고, 82, 83을 이어서 중앙 백 3점을 잡으면서 급하게 끝났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K바둑에서 해설한 유창혁 9단은 "한돌은 호선으로는 많은 대국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정확한 바둑을 둔다. 그런데 접바둑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한돌 수준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오류가 나왔다"고 예상했다.
이세돌은 위기에 몰렸을 때 머리를 쓸어 넘기거나 커피를 마시고, 한숨을 쉬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돌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둘 때는 이세돌도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승리 확정 뒤에는 형인 이상훈 9단과 복기하면서 밝게 웃었다.
25년간의 프로기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2점을 깐 이세돌은 이날 3귀를 차지하면서 차분하게 출발했다.
포석을 마친 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우변에서 첫 번째 승부처가 발생했다.
이세돌은 우변 자신의 돌을 돌보는 대신 상변에 집을 마련했고 한돌은 우변 흑돌을 둘러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만약 이세돌의 흑돌이 죽거나, 살더라도 큰 손해를 본다면 단숨에 형세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흑돌을 공격하던 한돌이 큰 착각을 일으켰다.
이세돌은 78수로 흑을 공격하던 백 3점에 역습을 가했다.
78수는 3년 전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제4국에서 버그를 유도해 '신의 한 수'라고 불렸던 수다.
이세돌은 한돌을 상대로도 78수에 좋은 수법을 구사했고 이후 한돌은 큰 착각을 일으키며 자멸했다.
한돌은 이세돌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버그를 일으킨 듯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격하던 요석 3점이 죽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이 은퇴 대국을 시작했습니다.
상대는 알파고보다 훨씬 바둑을 잘 둔다는 한국산 AI 바둑기사인 한돌인데, 어제 첫 대결에선 이세돌 9단이 압승했습니다.
정진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프로바둑 경력 25년 만에 처음으로 이세돌 9단이 2점을 깔고 시작하는 한 수 아래 대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세돌/전 프로바둑 기사]
"(두 점 깔고 두는 바둑) 처음으로 그렇게 뒀고, 은퇴경기에서 좀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기했습니다."
바둑 두는 능력을 표시하는 엘로(ELO) 수치로 볼 때 한돌은 4500.
알파고가 3700, 현재 세계 1위인 우리나라의 신진서 9단이 3696, 인간 9단 평균은 3500 정도입니다.
400점 차이가 나면 승률은 1대 9, 사실상 상대가 안 되는 대결입니다.
흑돌 2개가 먼저 깔린 채 대결이 시작되고 초반엔 유리한 입장을 반영해 이세돌 9단의 승률이 88%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한돌이 연달아 강하게 밀어붙이자 당황한 이 9단이 갑자기 일어나 자리를 뜨기까지 합니다.
흔들리는 이 9단을 직접 보기라도 한 듯 한돌은 여기 뒀다 저기 뒀다 교란작전을 펴고, 10% 안팎이었던 한돌의 승률은 30% 가까이 올라갑니다.
초반의 우세가 살짝 꺾인 순간, 이 9단의 78수.
백돌의 포위망을 벗어나 과감하게 가운데로 뛰어들긴 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수였습니다.
하지만 한돌은 이 수를 보지 못합니다.
결국 엉뚱한 수를 남발하다, 승리에 필요한 돌 3개를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이창율/AI '한돌' 개발팀장]
"한돌은 그 수(78수)를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도) 78수로 끼인 수로 이기신 거 기억하는데, 소름이 돋습니다."
"알파고 때 78수는 예상 못할 수고, 저의 이번 78수는 당연한 한 수였습니다. 그런데 한돌이 예상 못한 것이 의외(였습니다.)"
한돌의 완패는 몇 점 접어주고 시작하는 접바둑이었던 게 영향을 준 걸로 보입니다.
한돌이 지난 3년간 학습했던 것은 동등한 조건에서 대결하는 '호선' 기보들.
두 점을 내준 상태에서 겨루는 접바둑은 겨우 두 달 학습했을 뿐입니다.
또, 인간은 돌의 위치만 봐도 앞으로 바둑판의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어디에서 막힐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세돌 9단은 18일 국산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은퇴 대국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둔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당연한 수에 무너진 상대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프로기사가 2점을 깔고 접바둑 둔 기분은.
“처음 해 봤다. 좀 당황스럽긴 했다. 열흘 정도 2점을 깔고 연습했는데,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대국은 어떻게 준비했나.
“7월 이후 공식 대국이 없었기 때문에 5개월 가까이 연습도 하지 않았는데 최근 열흘 정도 바둑만 생각했다.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엔 바둑밖에 없었다. 내일과 오는 21일 열리는 2, 3국에서는 한돌이 조금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오늘은 수비 전략으로 임했는데.
“최근 2점 깔고 연습을 많이 한 것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2점을 접고 둬도 사실 승률이 5대5가 안 됐다. 오늘도 5대5가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컴퓨터 성능적인 측면에서 훨씬 고사양의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아닐까. 수비는 2점 바둑을 연구해 본 결과 그런 쪽이 조금 더 승률이 높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뒀다.”
-예상과 다르게 일찍 경기를 끝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승패가 갈린 78수는 프로라면 누구나 그렇게 두는 당연한 수였는데, 한돌이 그렇게 한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
-2국부터는 호선으로 둔다. 어떨 것 같나.
“조금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종종 기적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나.”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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