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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혈액암을 딛고 복귀한 방송인 허지웅이 자신의 투병기를 밝히며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19일 MBC '비밀낭독회-밝히는 작자들'에서 허지웅은 "'망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며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허지웅은 혈액암 투병 당시를 떠올리며 "'아, 망했는데?' 세 번째 항암 치료를 하고 나흘 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며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팔랐다. 살기 위해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여덟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고 고통스럽던 순간을 기억했다.
하지만 허지웅은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며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허지웅은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 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며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아, 망했는데?' 세 번째 항암치료를 하고 나흘 째 되는 날 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이 부어서 물건을 집을 수 없고 손발 끝에선 더 이상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고 하루종일 구역질을 하다가 화장실로 가는 길은 너무 높고 가팔랐다. 살기 위해서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알약 스물여덟 알을 억지로 삼키다 보면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오늘밤은 제발 덜 아프기를 닥치는대로 아무에게나 빌며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천장이 끝까지 내려와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 기뻤다. 아픈 걸 참지 말고 그냥 입원을 할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병동에서는, 옆자리에서 사람이 죽어간다. 사람의 죽음에는 드라마가 없다. 더디고 부잡스럽고 무미건조하다. 얼마 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그날 밤을 버티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못했나. 나는 언제나 뭐든 혼자 힘으로 고아처럼 살아 남아 버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동시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인간은 도무지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삶으로 증명해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증명해낼 수 없다.
나는 행복이 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매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은 근사한 사진과 말 잔치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망했는데?'라고 생각하고 있을 오늘 밤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으로 말해주고 싶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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