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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가 학창시절 유일한 선생님, 김영분 선생님과 55년 만에 만났다.
7일 오후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마지막 인생의 스승인 초등학교 담임 김영분 선생님을 찾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술녀는 지금의 '한복장인 박술녀'를 있게 한 세 스승으로 어머니, 가난, 그리고 유일한 학창시절인 초등학교 담임 김영분 선생님을 꼽았다. 그는 "제게 유일한 소중한 선생님이었다. 제가 학교를 안 가면 저를 찾아왔던 선생님이다. 걱정스러운 건, 제가 지금 예순셋인데 선생님이 살아 계셔도 80이 넘었을 것"이라고 선생님을 떠올렸다.
박술녀가 더 빨리 선생님을 찾지 않은 이유는 가난 때문이었다. 극심했던 가난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던 그는 "가난하면 저희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외할머니는 100일 때부터 앞을 못 보셨다. 과거에 너무 살길이 막막하니까 남의 집에 아기를 낳아주러 가셨다. 씨받이라는 거다. 아들을 못 낳고 딸을 두 명을 낳으셨다. 우리 어머니와 이모를 낳으니까 쫓겨났다. 그렇게 친정살이를 하게 됐다"라고 외할머니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께서 공부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늘 저희 여동생을 업고 서당 옆으로 가서 귀로 들었다고 하더라. 한 많고 상처 많은 어머니다. 집에서는 돼지를 기르면서 생선 장수를 하셨다. 오빠는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빵 공장에 취직했다. 제가 배고파서 '쌀 좀 사다 줘'라고 하면 '쌀 살 돈이 없으니 밀가루 사다줄게'라고 했었다. 저희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MC들은 박술녀를 위해 그가 졸업한 장선초등학교의 졸업 앨범을 준비했다. 잦은 결석으로 졸업 사진을 찍지 못한 박술녀는 사진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당시 김영분 선생님을 "예쁘장하고 깍쟁이 같은 느낌이었다"고 기억하며 "철없을 때는 '나를 미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가정방문하시면 만나기 싫어서 저는 화장실에 숨었다. 늘 어머니께서 선생님을 찾아가서 저를 데리고 가달라고 하셨다. 그 때 선생님이 '머리가 영리하고 기억력도 좋으니 공부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다더라. 그래서 집까지 오셨는데 학생이 숨었으니 얼마나 서운했겠냐. 제 유일한 학창 시절 선생님이라 꼭 찾아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영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장선 초등학교 터로 향하던 박술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선생님은 살아계셨고, 마침내 선생님을 만나게 된 박술녀는 "건강하시네요.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역시 "이런 제자를 뒀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55년이 넘었다. 그런데 보고 싶더라. 이렇게 보니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 이렇게 제자를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박술녀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특히 선생님은 박술녀의 집에 방문했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올해로 86세임에도 부룩, 정정한 선생님의 모습에 박술녀는 "나보다 더 젊어 보인다고 하신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어린 기억에는 선생님이 굉장히 예쁜 친구들만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명석했던 박술녀의 학창 시절을 칭찬하며 "절대 아니다. 담임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모두 자식 같다. 박술녀는 꼬마 대장 느낌이었다"라고 범상치 않던 그의 과거를 늘어놔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어 박술녀는 선생님을 위해 손수 지은 옷들을 선물로 전달해 감동을 더했다.
[사진 = KBS 1TV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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